장남 이선호 미국으로, 누나 이경후는 MAMA 참석
연말 정기 임원인사, '이선호 단독 승진' 포석 전망
[미디어펜=이서우·박규빈 기자] CJ그룹이 주요 사업군과 직급체계를 개편하면서, 2세 승계 밑그림을 완성하고 있다. 내부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 대우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도 본격적으로 외부에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오는 28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CJ그룹 정기 임원이사는 이선호 부장이 승계를 위한 입지를 다지는 포석 역할을 할 전망이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왼쪽)과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오른쪽)/사진=CJ그룹 제공


당초 업계에서는 CJ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경후, 이선호 남매를 ‘동반 승진’ 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 23일 연말인사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임원 직급 통폐합을 발표하면서 ‘이선호 단독 승진’에 힘이 실렸다. 내년부터 사장·총괄부사장·부사장·부사장대우·상무·상무대우로 나눠져 있는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하기 때문에 이경후 부사장 대우의 승진은 의미가 크지 않게 된 것이다.

과거 이재현 회장과 그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회사 전체와 그룹 모태인 식품을 이선호 부장이 이끌면서 이경후 부사장이 플랫폼 사업을 맡는 것으로 판이 짜인 셈이다. 

이재현 회장이 10년 만에 발표한 새로운 그룹 비전도 두 남매의 활약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달 3일 이 회장은 “문화와 플랫폼 중심으로 기존 사업 확장을 가속화한다”면서도 “ESG에 기반한 신사업으로 미래 혁신성장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호 부장이 속한 CJ제일제당은 최근 CJ그룹에서 새로운 시도를 가장 많이 하는 계열사다. 지난 달 네덜란드 바이오테크놀로지(BT) 기업을 인수하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GT CDMO)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바이오 CDMO란 세포·유전자 치료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원료의약품,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

또 CJ제일제당 건강사업부를 별도 독립시켜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CJ제일제당에서 바이오와 글로벌 사업부문을 모두 거친 이선호 부장은 지난 9월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와 NBA 명문구단 LA레이커스와의 협업 현장을 직접 챙기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서울 남산 소재 CJ그룹 본사 전경/사진=CJ그룹 제공


CJ ENM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는 이경후 부사장은 지난 11일 개최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 직접 참석했다. MAMA는 케이콘(KCON)과 더불어 이미경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CJ그룹 대표 문화 행사 중 하나다.  

CJ ENM은 OTT를 포함한 콘텐츠 사업에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드라마·영화·음악·애니메이션 등 다방면의 디지털 콘텐츠에 회사 역량을 집중한다. 

지난달 19일에는 7억7500만 달러(약 9200억원)에 '라라랜드'를 제작한 미국 스튜디오 기업 '엔데버 콘텐트' 인수를 마쳤다. 이로써 미국 현지에 거점을 마련한 CJ ENM은 기획·제작 역량과 K-콘텐츠 유통 네트워크까지 확보해 동·서양 문화권을 포괄하는 초격차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데버 콘텐트가 확보한 IP는 CJ ENM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CJ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티빙은 2023년 가입자 800만명 돌파를 목표로 일본과 대만, 북미와 동남아 등 10여 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임원 인사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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