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메타버스·NFT‧ESG 테마 반영…순자산 70조원 넘겨
상고하저(上高下低). 올 한 해 국내 증시를 요약하는 단어다. 연초 코스피는 3000선을 넘기며 낙관적 전망을 확산시켰지만 이내 박스권에 갇히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 가운데서도 증권사들은 작년과 올해 압도적인 실적을 이어가며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한편 작년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은 개인 투자자들은 신규상장(IPO) 시장에 대해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면서 상장지수펀드(ETF)‧해외주식 등 다양한 투자방식으로 시야를 넓히는 한 해를 보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1년 금융투자업계를 되돌아보고, 2022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가 올해 여름 이후 박스권에 갇히자 투자자들은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상장지수펀드(ETF)다. 때마침 2차전지‧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ESG 등의 코드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각각의 테마에 맞는 ETF가 다양하게 출시됐다. 심지어 미국 나스닥 주식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ETF까지 출시돼 특정 종목의 등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0일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작년 말 47조5626억원에서 52조4312억원으로 4조8686억원(10.2%) 늘어났다. 해외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의 성장세는 더욱 뚜렷했다. 작년 말 14조1295억원에서 22조2640억원으로 무려 8조1345억원(57.6%)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형을 막론한 전체 국내 공모펀드 설정액도 급증세를 나타냈다. 금융투자협회는 ETF 포함 전체 국내 공모펀드 설정액이 300조1760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말 256조2232억원과 비교했을 때 43조9528억원(17.15%)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장세의 중심에는 ETF 열풍이 자리한다. 올해 전체 ETF 순자산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70조원을 넘겼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의하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73조994억원으로 작년 말(52조365억원) 대비 40.4% 급증했다. 

올 한 해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상위 5개 펀드 중 4개는 ETF였다. 특히 ‘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에는 올 한 해 동안에만 1조5924억원이 모였다(전체 1위). ETF들은 수익률도 매우 좋았는데, 특히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테마주 ETF들이 강세를 보였다.

TIGER미디어컨텐츠(58.45%), KBSTAR게임테마(55.98%), KODEX2차전지(43.45%), KBSTAR미국S&P원유생산기업(66.83%) 등 메타버스·2차전지·원자재 관련 ETF들이 여론의 많은 관심만큼이나 시장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한 가지 독특한 현상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 상품보다 해외 주식형 상품을 선호했다는 점이다. 지난 24일 기준 올해 순자산 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3종 ETF는 전부 미국·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ETF다. 반면 국내 증시와 채권에 투자하는 ETF들은 순자산이 많이 줄어든 한 해였다. 같은 ETF여도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방증한다.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다채로운 테마의 ETF들을 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4월 초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를 상장해 약 9개월 만에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주식이나 최근 이슈가 되는 테마주 투자에 대한 수요가 많은 부분 ETF로 흡수되고 있다”면서 “ETF 시장 전체가 확장되면서 자산운용사간 경쟁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년 초에도 이와 같은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단, ETF 투자에도 경제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한 판단은 필수적이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봉쇄보다 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 충격을 완화시켰으나 펀더멘털 모멘텀 둔화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면서 “연말 장세를 지나고 나면, 선진국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동성 환경의 변화로 차별화된 국면이 재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