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벤투호가 또 한 번 진화한 모습을 보이며 힘겨운 레바논 원정에서 값진 승리를 따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7일 밤(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사이다의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 승리로 한국은 5승2무, 승점 17을 기록하며 이란(6승1무 승점 19)에 이은 조 2위를 유지했다. 이제 한국은 2월 1일 열리는 시리아전에서 이기면 카타르월드컵 진출을 조기 확정할 수 있게 됐다.

   
▲ 조규성이 골을 넣은 후 이재성의 축하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에게 이번 레바논전은 쉽지 않았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분명 한국이 앞선다. FIFA 랭킹 33위로 95위인 레바논과 꽤 격차가 있다.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1승 3무 1패로 압도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대표팀은 최상의 전력을 꾸릴 수 없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토트넘) 등 핵심 공격수 2명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또한 대표팀은 전지훈련지였던 터키에서 레바논으로 이동하기 전 이스탄불에 내린 기록적 폭설로 이틀이나 야외 훈련을 못했고, 공항 폐쇄로 다른 공항을 통해 이동하느라 경기 전날 새벽에야 레바논에 도착했다.

레바논 현지 사정도 최악이었다. 경기장 그라운드는 곳곳이 움푹 패어 논바닥 같았다. 선수들의 땅볼 패스는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거나 다른 쪽으로 튀었고, 드리블을 할 때 볼 컨트롤도 쉽지 않았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까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경기가 진행됐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승리를 만들어낸 것이 벤투 감독의 전술과 뚝심이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 황희찬의 공백으로 인한 공격력 약화를 황의조(보르도)-조규성(김천상무) 투톱 카드로 해결했다. 둘을 투톱으로 내세운 것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레바논은 철저한 수비 위주 전략으로 나왔는데, 파괴력 있는 두 스트라이커가 종횡무진 헤집고 다니자 둘을 마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의 결승골도 결국 황의조와 조규성이 합작으로 만들어냈다. 전반 추가시간 좌측을 돌파한 황의조가 문전으로 향하는 조규성을 보고 정확한 크로스를 찔러줬다. 조규성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레바논 수비 사이를 뚫고 들어가며 발을 갖다대 멋진 골을 뽑아냈다.

평소 대표팀 경기에서 손흥민이 하던 역할을 황의조가 해냈고, 황의조의 골 넣는 임무를 조규성이 대신했다. 벤투호의 '뉴 투톱'이 눈도장을 찍는 순간이었다.

   
▲ 레바논 원정경기 승리를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이 이날 선발 11명을 끝까지 뛰게 하며 '무교체' 경기를 펼친 것도 이례적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선수 교체가 한 명도 없었다. 한국대표팀이 A매치에서 무교체로 경기를 끝낸 것은 2006년 10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 2007 아시안컵 예선(1-1 무승부) 이후 16년만이었다.

벤투 감독은 가장 컨디션이 좋고 믿을 만한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했고, 각자 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믿고 끝까지 맡겼다.

1-0으로 박빙의 리드를 하고 있었으니, 경기 막판에는 시간도 좀 끌고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들을 위해 교체 카드를 쓸 만도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선수 교체로 조직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경계한 듯했다. 한 골 차라도 이기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경기였기에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 집중할 것만 주문하고 뚝심있게 무교체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원하던 '승리' 결과를 얻어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예상대로 어려운 경기였지만 우리가 경기 대부분 상대를 압도했다"면서 "우리는 중요하고, 정당한 승리를 거뒀다. 좋은 경기력과 태도로 승리를 따낸 선수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고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제 한국축구는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2월 1일 시리아와 원정경기를 이기면 조기 확정이다. 진화한 벤투호는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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