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경영 보장·조합원 처우 개선·고용보장과 노동조합 활동 인정 등 최종 협의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인수조건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던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협상이 극적 타결되면서 대우건설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협력을 통해 양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 중흥그룹 및 대우건설 CI./사진=각사 제공

7일 중흥그룹에 따르면 이날 중흥그룹 인수단과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들은 인수조건 최종 합의에 성공했다.

중흥그룹 인수단은 대우건설 노조 측이 요구한 △인수 관련 사항 △독립 경영 보장 △대주주 및 계열사 간 거래 제한 △고용보장과 노동조합 활동의 인정 △조합원의 처우 개선 △매각 격려금 지급 △협약서 이행보장 등 7개 사항에 대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조항을 수용하기로 했다.

'인수 관련 사항'과 관련해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지분을 재매각하지 않고, 인수 종료 후 3년간 사업부 분할 매각, 법인 분할 등에 대한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독립 경영 보장'에 대해서는 '투자 관련 심의위원회의 노동조합 참관 보장'을 제외한 △인수 종료 후 대표이사는 3년간 대우건설 임원 중에서 선임 △집행임원 선임 시 대우건설 외 인력 선임은 50% 이내로 제한 등의 조항을 수용했다. 

중흥그룹 측은 "투자 관련 심의위원회의 노동조합 참관 보장 조항은 협약서에 포함되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협약서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추후 노동조합의 요구가 있을 경우 참관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및 계열사 간 거래 제한' 관련 사항에서는 △계열사 간 불법적 자금대여, 지급보증 및 출자 금지 △대주주 및 계열사와의 공동사업의 경우 어느 일방에 불이익한 조건이 없도록 조치 등 2개 조항은 수용했지만 △자산 매각 금지 △신규 법인 취득 및 출자 제한 조항은 제외했다. 중흥그룹은 자산 매각에 대한 계획은 없지만 제한을 걸어두게 될 경우 향후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중흥그룹은 노조 측과 협약체결일 이후 5년간 대우건설 조합원 고용 보장, 조합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3년 이내 동종업계 상위 3개사 수준의 임금인상, 매각 격려금 지급 협상 등을 협의했다.

이날 협의된 사항은 대의원대회 심의·의결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김보현 중흥그룹 부사장은 "경영권과 주주권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대우건설과 임직원분들이 M&A 진행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고, 이른 시일 내에 진정한 가족이 되는 데 목적과 의미를 두고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불협화음을 마무리하고 대우건설과 임직원들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2021년 12월 9일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중흥그룹 제공
앞서 중흥그룹은 지난해 12월 9일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에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 승계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개선 △내부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3년 이내 동종업계 상위 3개사 수준의 임금 인상과 임금체계·우리사주제도·사내근로복지기금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본계약 체결 이후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는 인수조건 '문서화'를 두고 충돌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인수조건이 담긴 서면 합의서 작성을 요구했지만, 중흥그룹은 경영권과 인사권에 관한 조항을 문서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달에는 대우건설 노조가 본사에 마련된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을 점거해 인수단이 철수하는 등 진통이 거듭됐다.

이날 중흥그룹 인수단과 대우건설 노조는 의견 조율 과정 속에 한 발짝 양보하면서 이날 최종 인수 협의에 성공했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가 인수조건 최종 합의에 성공하면서 대우건설 인수 마무리 작업과 경영 정상화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후 독립경영을 보장하면서 주택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하고 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

그러면서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양사는 중흥그룹의 자금력과 대우건설의 경쟁력·역량을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주택사업 호실적을 바탕으로 창사 이래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8조 6852억원, 영업이익은 738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7%, 32.2% 늘었다. 

특히 주택건축사업부문 매출액이 5조 9016억원으로 2020년(5조 831억원)보다 16.1%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주택건축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2만 8344가구를 공급하며 3년 연속 주택공급 1위 자리를 지킨 데 이어 올해도 전국에서 약 3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신임 대표이사에 ‘주택전문가’ 백정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이 내정되면서 대우건설은 올해도 주택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백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중흥그룹의 인수 절차 마무리 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정식 선임된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상생을 위한 합의점을 찾아냈다”며 “중흥그룹은 약속한대로 대우건설의 독자 경영을 보장하고 대우건설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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