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화학적 리사이클 역량 강화…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재생 PP 공장 등 건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환경 이슈가 대두되는 가운데 재활용사업 확대를 위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할 수 있는 열분해유 기준 2020년 70만톤 규모에서 2030년 330만톤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 '스카이펫(SKYPET)-CR'로 제작한 화학적 재활용 생수병/사진=SK케미칼

화학적 리사이클은 기계적 방법 대신 화학반응을 통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제품의 품질이 일반 플라스틱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폐플라스틱을 분쇄한 뒤 세척·선별·혼합하는 기계적 리사이클 대비 난이도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화학적 재활용 중 열분해 기술은 폐비닐을 비롯한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원료를 추출한 뒤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납사를 뽑는 방식이다. 해중합 기술은 유색 페트병과 폴리에스테르 원단 등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물질로 환원하는 것을 말한다.

LG화학은 충남 당진에 2024년 1분기까지 국내 최초로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도 연산 2만톤 규모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공장에는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폐플라스틱을 분해시키는 기술이 적용된다. 과자 봉지와 즉석밥 비닐 뚜껑 및 용기 등 복합재질의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을 열분해켜 납사를 추출한 뒤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영국 무라테크놀로지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등 밸류체인도 강화하는 중으로,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증설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재활용 원재료 확보를 위해 LG전자·쿠팡을 비롯한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물성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와 해중합 뿐만 아니라 고순도 PP 추출을 비롯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한 상황으로, 세계 최초로 이를 각각 적용한 공장을 울산에서 운영하는 등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울산에 조성될 재생 PP 공장은 6만톤 규모로, SK지오센트릭은 2027년까지 글로벌 생산량(약 250만톤)을 100% 재활용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휴비스는 노스페이스와 손잡고 생분해 섬유 '에코엔'을 적용한 의류를 출시한 데 이어 가방·신발 등으로 아웃도어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페트병과 같은 원료인 폴리에스터는 자연 분해가 어려우나, 생분해가 잘 되는 물질을 넣어 썩는 폴리에스터로 성질을 바꾼 것이다. 옥수수·대나무 등 자연 원료를 활용한 제품 보다 물성이 강한 것도 특징이다.

   
▲ 의류용 원사·투명 페트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리사이클 페트칩/사진=삼양홀딩스

SK케미칼도 화학적 재활용 페트(PET) '스카이펫 CR' 양산체계를 바탕으로 식품 용기 시장 등에 리사이클 플라스틱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한국형-순환경제 이행계획'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 방침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재생 페트 수요는 연간 15만톤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페트 시장에서 화학적 리사이클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선점의 기회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드매킨지는 전세계 페트 시장이 연간 9000만톤 규모로, 이 중 재활용 제품은 970만톤 정도라고 추산한 바 있다. SK케미칼은 재활용 페트의 대부분이 기계적 리사이클 제품이었으나, 화학적 방식이 식품 용기에 더욱 적합하다는 점을 들어 스카이펫 CR이 2025년 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양패키징도 시화공장에 고순도 페트 플레이크와 리사이클 페트칩을 만드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신규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이 중 리사이클 페트칩 생산력은 2만1000톤 규모로, 페트 플레이크의 생산량과 품질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삼양패키징은 내년 말부터 설비 가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페트 플레이크는 폐페트 용기를 잘게 분쇄한 형태로, 국내에서는 부직포와 충전재 등의 생산에 쓰인다. 리사이클 페트칩은 페트 플레이크에 열을 가하는 등 추가적인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작은 알갱의 형태의 소재로, 의류용 원사 및 식품·화장품용 용기를 비롯한 제품에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수거선별 문제로 양질의 원료를 확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탄소 감축을 통해 배출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만큼 리사이클 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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