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등 제도적으로 처벌받을 가능성↑
한국의 경우 소액주주 보호할 제도적 장치 미비
제도 개정 필요성 제기…여론 탄력 받을까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연이어 물적분할을 발표하며 주식시장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지배구조 개선 명분으로 분할을 단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핵심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켜 대주주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최근 불거지고 있는 물적분할에 대해 파헤쳐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국내 투자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물적분할은 지난 1998년 12월 상법 개정 이후에 도입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야기한 광풍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단의 하나였다. 이때만 하더라도 이 제도가 20여년 뒤 엉뚱한 '나비효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있었던 50건의 기업문할 가운데 대부분인 94%, 즉 47건이 물적분할이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정확히 23년이 지난 2021년 12월 한국거래소의 기업분할 공시를 확인하면, 작년에 있었던 50건의 기업분할 가운데 대부분인 94%, 즉 47건이 물적분할이었다. 지난 2019년 39건, 2020년 57건 등 물적분할은 최근으로 오면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제도 선진화’로 도입…정작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들어

흥미로운 것은 기업제도 ‘선진화’와 함께 도입된 물적분할을 정작 금융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인적분할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트럭사업부인 ‘다임러트럭’ 분할해 독일 증시에 상장시켰다. 인적분할 방식을 택함에 따라, 기존 다임러 주주들은 모회사 지분율에 비례해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배정 받았다.

델 역시 최근 자회사 VM웨어를 상장시키면서 주당 0.44주의 신주를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이밖에도 인프라서비스 부문을 분할한 미국의 IBM, 여성건강사업부를 분할한 제약회사 머크 역시 인적분할 방식으로 기업을 나눴다.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보통주에 비례해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며, 기준에 미달하는 소액주주들에게는 현금 보상이 이뤄졌다.

이들이 인적분할 방식을 택한 이유는 이들 기업이 한국보다 더 도덕적이거나 의로워서가 아니다. 소액주주 집단소송을 비롯한 제도적 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경우는 거래소 차원에서 소액주주 권리를 적극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도쿄거래소의 경우 유가증권 상장규정 제601조에서 “주주 권리의 내용과 행사에 부당하게 제한되는 경우 상장폐지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 제도 아직은 미비…개정 물꼬 틀 수 있을까

이들에 비해 한국의 제도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기업분할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나,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7을 확인하면 ‘물적분할의 경우에는 주식매수청구권 인정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상법 제399조에서 규정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관련 내용을 보면 오로지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만을 규정하고 있다. 즉, 물적분할로 인해 손해를 본 주주들이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국회에서도 물적분할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선 모습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미국 등 선진국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내용을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이 증권관련집단소송의 적용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소 제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근 물적분할 관련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에서도 귝내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6일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관련 내용을 갈무리하며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이용우 의원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금융투자협회 관련 규정, 한국거래소 관련 규정 등은 법보다 신속하게 개정할 수 있다”면서 “한시라도 빨리 소액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때마침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여론의 압박이 이어진다면 제도 개선도 가능하겠지만, 뒤늦게 외양간을 고친들 무너진 신뢰까지 복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