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되고도 출전을 강행한 러시아의 '피겨 천재' 카밀라 발리예바(16)가 실력 발휘를 못하고 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발리예바는 '눈물'을 흘렸지만, 눈물을 흘릴게 아니라 경기 출전을 포기했어야 했다.

발리예바는 1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 141.93점을 받았다. 평소보다 훨씬 못했고 점수도 낮았다. 

7차례 점프 시도 중 완벽하게 해낸 것은 2번뿐이었다. 착지 불안으로 세 차례나 넘어졌고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기록(185.29점)에 한참 못미치는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종 6위를 한 유영(142.75점)보다 낮았다.

15일 쇼트프로그램에서는 그래도 1위에 올랐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의 부진으로 합계 224.09점을 받은 발리예바는 4위에 그쳤다. 

발리예바의 부진으로 안나 셰르바코바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이상 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갔고, 동메달은 사카모토 가오리(일본)가 차지했다.  

   
▲ 발리예바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부진한 연기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SBS 중계방송 캡처


연기를 마친 발리예바는 눈물을 쏟았다.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점수를 기다리면서는 울 준비를 했고, 점수가 발표되자 오열했다.

만 16세가 안된 발리예바가 금지약물을 복용하다 적발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알고 약물에 손을 댄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욕심에 희생된 것인지 알려진 바는 없다.

발리예바로는, 또는 그의 관리 책임이 있는 누군가는 도핑 위반이 드러난 다음 가장 먼저 할 일이 사과였다. 그리고 어쨌든 규정 위반을 했기 때문에 올림픽 경기 출전을 포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과는커녕 어떤 입장 표명도 없이 침묵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결을 받아들여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용하자, 기다렸다는 듯 경기 출장도 강행했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애매한 판정으로 은메달에 그쳤을 때도 관련 멘트를 하지 않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김연아가 이번 발리예바 건을 두고는 "도핑 위반을 한 선수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피겨여왕'의 일침이었다.

한국 지상파 TV 3사뿐 아니라 미국의 올림픽 중계 방송에서도 발리예바가 경기를 할 때 해설을 하지 않았다. '침묵'으로 발리예바의 출전을 강력 비판한 것이다.   

발리예바가 흘린 눈물에, 러시아의 발리예바 팬들이라면 모를까, 동정론조차 일지 않았다. 추앙받던 '피겨 천재'는 약물 오명에 갇혀 앞으로 선수 생활도 불투명해졌다. 아직 16세도 안된 선수에겐 가혹할 수 있지만,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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