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국민 절반으로 쪼개져…향후 2년간 거대야당과 동행
민생 살리기 최우선…신성장 동력 살리고 한미동맹 등 외교력 강화도 숙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검찰총장에서 제1야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대선 후보에서 당선인으로. 10일 오전 4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 20대 대통령으로 당선 확정됐다.

윤석열 당선인에게 놓인 과제는 녹록하지 않다.

우선 분열을 봉합해 국민 통합을 이루는 과제다.

이날 개표율 100% 기준 윤 당선인은 1639만 4815표를 얻어 48.56%의 득표율을 보였고, 패배를 인정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1614만 7738표를 얻어 47.83%의 득표로 맞섰다.

   
▲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대국민 메시지 발표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시각을 기준으로 무효표가 30만 7542표인 것을 감안하면, 두 후보의 격차(24만 7077표)는 무효표만도 못하다. 사실상 온 국민이 절반으로 쪼개진 상황이다. 이번 20대 대통령선거가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꼽힌 것도 무관하지 않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근소한 차로 당선되면서, '국민 통합'이라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이날 패배 승복 선언을 하면서 윤 당선인을 향해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간을 열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또한 이날 한국의 대선에 대해 "비방전과 스캔들로 얼룩졌고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모양새도 있었다"며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커진 '환멸'을 치유해야 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유행 사태에 따른 위기 극복 등 현재 한국이 처한 국내외적 위기 상황은 새로운 통합의 리더십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단일화로 힘을 보탠 안철수 대표를 정부 주요 인사로 적극 기용해 국민통합에 나서는 동시에, 이 후보가 제안하고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정치개혁'을 일부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 패배에 대한 메시지를 발표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여야 인사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실력을 기준으로 국민내각 통합정부를 구성하면서, 이 후보가 내세운 공약도 국정 과제로 적극 고려해 일부 채택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위성정당 방지법 등 정치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윤 당선인이 이에 대해 어떻게 적극 대처할지 주목된다.

거대야당과의 협치

두번째는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다.

문재인정부 여권 출신 무소속 및 친문 군소정당 의원들을 합치면 민주당은 180석에 달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열린 재보궐선거에서 4석을 가져왔지만 110석에 불과해 입법에 힘을 쓰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헌법 체제에서 '10년 주기 정권 교체'가 일반적이었는데 여당인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되면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대선 막바지 진영 대결로 치달으면서 어느 한 쪽이 일방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협치의 필요성만 커졌다.

2024년 다음 총선 때까지 윤 당선인은 자세를 낮추고 거대야당과의 협치에 전념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국민을 최우선으로 삼는 입법으로 행정을 뒷받침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민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국정 운영에 제약이 커질 현실적 여건을 염두에 둬야 한다.

   
▲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대국민 메시지 발표에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생 살리기가 최우선

세번째는 민생 살리기다.

저성장의 고착화에 질 좋은 일자리 부족, 저출산 문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모든 대선 후보들이 입을 모아 한 목소리를 냈을 정도다.

코로나의 경우 지난 2년 넘게 지속된 방역 조치의 폐해가 극심하다. 전면 철회는 물론이고, 국민 각자에게 자유와 책임을 부여하는 과학적인 체제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특히 정권 교체 동력으로 작동한 부동산 문제의 경우, 대출 규제와 재건축 재개발 규제부터 일제히 풀고 민간 공급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부동산 규제부터 폐기하고 실수요자가 바라는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내 민생경제 공약 중 윤 당선인이 인수위 출범과 동시에 당장 반드시 해야 할 것과 우선순위를 다소 미뤄도 괜찮은 것을 분별해야 하는 시점이다.

재정적자는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너무 빠르게 쌓이면서 국제기구들이 한국을 겨냥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 TV토론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엄격한 재정준칙의 도입을 약속했다.

재원 마련과 재정 투입에 있어서 미래세대에게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가용한 예산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중앙정부 부처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코로나 피해 등에 대응하기 위해 야당인 민주당과 협치를 통해 급한 불부터 꺼나가는 방식의 재정 투입 또한 필요하다.

가계부채도 쌓여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한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 회귀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도 있다. 이에 현명한 대응이 요구된다.

신성장 동력 살려야

넷째,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제도적으로 되살려야 하는 것도 또다른 경제 과제다.

시대는 가파르게 변해가고 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과학기술 초격차로 무장해 신산업을 키우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이 우위에 설 수 있다.

반도체·배터리·미래차·디스플레이 등 5~10개 분야에서 각국의 다른 기업들이 추격하기 어려운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이 향후 강한 의지를 갖고 과학기술 육성에 힘써 연구개발(R&D) 대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IT기업 창업자인 안 대표를 요직에 기용하는 등 교육 부문 전문가들과 각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핵심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뿐 아니다. 제도적으로 규제·노동·연금 개혁은 차기 정부의 필수 과제다.

기업을 옭아매온 규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면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 후, 그 비용과 효과를 따져 하나씩 폐지해 나가서 기업에게 마음껏 경쟁할 자유를 주어야 한다.

기업 활동을 힘들게 하는 온갖 규제 사슬을 혁파해야 경제 전반에서 시장 기능이 회복된다.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5위에 그칠 정도다.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강성 노조의 눈치를 보지 말고 노동시장 유연성과 노사 협력 수준을 높이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에너지 대란까지 닥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즉각 폐기하고, 원전부흥 정책을 펴야 한다.

   
▲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당소속 의원들 및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함께 양 손을 맞잡고 들며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미동맹 복원

마지막 다섯째로는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 지형에 맞춰 한미 동맹부터 복원하고 강력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 절감했듯이 국가의 최대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이는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니라, 자유냐 굴종이냐의 문제다. 전쟁을 대비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북한 김정은은 '핵 무력 완성'을 공언하면서 최근까지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아댔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21세기에도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윤 당선인은 오는 5월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면 국군 통수권자가 된다.

군 기강과 체계를 세워 안보 태세를 확립하고 70년 되어가는 한미 혈맹을 더욱 강화해 이를 토대로 완전한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야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가 구축된다.

북한이나 중국 등 주변국가의 도발을 응징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춰야 지금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종전선언'이라는 이벤트에 종속되지 말고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동맹부터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 통합부터

간발의 차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윤 당선인은 임기 초반 이러한 국민 염원에 부응하고자 애쓰겠지만, 그간 양 진영으로 갈라졌던 국민을 보듬고 반대파 조차도 함께 이끌어가야 한다.

통합 기조를 시작으로, 오로지 국민만을 보고 가야 한다.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과의 협치는 필수다. 최소한 다음 총선까지 2년간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당선인 앞에 놓인 과제는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