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무기한 미뤄지다 북한 ICBM 발사 후 28일 전격 회동…'인사의 장 vs 협의의 장' 논란
문재인정부 대북정책 파산 속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도 불씨…2차 추경 마련도 대립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는 28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회동을 갖는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10일 당선 확정된 후 18일 만의 회동이다.

지금껏 대통령과 당선인 간 첫 만남은 통상 10일 이내 이뤄졌다. 이번 회동은 역대 가장 늦은 회동이다.

이번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5년만의 정권교체 주인공(윤 당선인)과 그 원인을 초래한 당사자라는 점에서다.

87체제 성립 후 배출된 역대 정권이 보수 10년-진보 10년을 번갈아 집권했다. 5년만에 바뀐 것은 최초이다.

문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지금까지 40%대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이번 정권교체로 그 빛이 바래게 됐다. '권불십년'이라지만 '권불오년'의 처지인 셈이다.

28일 열릴 회동에서 양측은 의제조율 없이 만난다. 겉으로 드러난 내용은 그렇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사진=(좌)청와대, (우)국민의힘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청와대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께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윤 당선인과 만났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의제조율 없이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은혜 대변인은 "코로나로 국민이 직면한 어려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내에 미친 경제적 파장, 안보에 있어서 윤 당선인이 갖고 있는 국민의 우려를 덜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상황에서 직접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허심탄회하게 두 분이 만나 협의를 진행할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자연스럽게 두 분이 만찬하다 보면 국가적 현안과 과제에 대해 얘기할 계기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윤 당선인 머리 속에는 온통 경제와 국가 안보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회동이 연기된 배경으로는 한국은행 총재 후보 임명, 감사원 감사위원 2명의 임명 문제, 중앙선관위 선관위원 인사 문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이 꼽힌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문제는 양측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큰 걸림돌이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위원 임명 문제 또한 감사원이 감사위원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워, 사실상 윤 당선인 측 의중으로 정리된 상황이다.

남아있는 걸림돌으로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윤 당선인의 선택으로 결정되어 추진할 사안이라 문 대통령과 다툴 여지가 없다.

정권교체기에서 신-구 권력이 다투는 모양새도 그렇고, 북한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중대한 도발을 벌여 '안보 위기'가 직면해 있다.

김정은의 모라토리엄(발사 유예) 파기로 한반도 긴장감이 고도된 현 상황에서 대통령과 당선인 간 정면 충돌 양상이 이어지면 국민적 불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여야 또는 신-구 권력을 막론하고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공동 과제다.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없기 때문에 힘을 합쳐야 한다.

   
▲ 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당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추경안 본회의 처리 여부를 두고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최근 새롭게 불거진 쟁점은 윤 당선인이 추진을 공식화한 5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다.

27일 현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내에는 이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4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이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조속히 제출하도록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재원 마련 및 추경 규모에 대해 현 야당인 국민의힘과 신속히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국회가 심의-의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이 2차 추경 편성에는 문 대통령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이번 50조원 규모의 2차 추경 여부를 놓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의 대립이 재차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나온 양측 발언을 종합해 보면, 문 대통령 측은 이번 회동을 '인사의 장'으로 여기고 있고 윤 당선인 측은 '협의의 장'으로 보는 것으로 읽힌다.

양측이 내일 회동에서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털어놓고 인사와 협의를 함께 나눌지 주목된다. 깊어졌던 갈등의 골이 메워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