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지분 구도상 반도건설과 손 잡아도 지분율 밀려 불리
단순 투자 목적인 만큼 그룹 계열사 미래 가치 기대 예상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호반건설이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주식을 인수함에 따라 주요 주주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위시한 경영진의 대항 세력의 편에 서도 지분율에서도 밀리는 만큼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호반건설·대한항공 제공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는 호반건설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주식 17.41%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940만주에 해당하는 13.97%를 5640억원에 취득하고, 의결권이 있는 주식 161만4917주(2.4%)와 신주 인수권 80만주에 대한 매도 청구권까지 포함해서다. 이에 더해 호반건설 측이 인수하는 0.08%와 콜옵션까지 합하면 총 17.43%다.

이번 주식 거래는 4월 4일에 이뤄지며, 이로써 호반건설은 단숨에 한진칼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될 예정이다. KCGI는 한진칼 지분 매각 후 0.81%만 보유해 소주주가 되며, 매집가 대비 약 2배 가량의 수익을 얻게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이 KCGI로 한진칼 주식을 인수하는 건 항공사와 물류 기업을 캐시 카우로 여겨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다./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대한항공·진에어·㈜한진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조건부 기업 결합 승인을 받아 2년 뒤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인 '통합 대한항공'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코로나19 시국에도 불구하고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대한항공의 총 매출은 8조7534억원, 영업이익은 1조4644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매출액은 4조1104억원, 영업이익은 4565억원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한진의 총 매출은 2조5041억원, 영업이익은 911억원으로 나타나는 등 전반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자랑했다.

이처럼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다는 것은 알짜 자회사들을 일정 부분 지배해 수익에 따른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현재까지는 적자를 보고 있지만 업황 개선에 따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저비용 항공사(LCC)들로부터 거두게 될 여객 운송 사업 이익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같은 호남권 기업이고, 동종업계에 있으면서 엇비슷한 수준의 한진칼 대주주이기도 한 반도건설과 동맹을 맺고 조원태 회장 경영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현재 조 회장과 특수 관계인(21.27%)·미국 델타항공(13.1%)·산업은행(10.58%) 등이 포진해 있고, 반도건설과 함께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도 44.95%대 34.44%로 지분 싸움에서 불리한 구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현 경영진의 우군이 되지는 않더라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한대로 반기를 들거나, 일부 계열사 경영권을 탐내지 않고 한진그룹사의 미래 가치에 투자해 관망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KCGI가 출구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은 나돌았지만 호반건설이 지분 인수를 할 줄은 몰랐다"면서도 "(호반건설의) 항공업에 대한 역량과 한진그룹 오너 리스크도 없는 만큼 재무 투자 차원에서 참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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