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30 세대 애국주의 소비 성향 짙어져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해외 주요 시장이었던 중국 리스크가 높아지자 북미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동부유(다같이 잘살자) 정책으로 애국주의 소비 성향이 짙어진 데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 LG생활건강이 최근 인수한 크렘샵 대표 제품./사진=LG생활건강 제공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미국 크렘샵 지분 65%를 1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485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크렘샵은 미국 MZ세대들의 K뷰티에 대한 관심을 효과적으로 반영한 브랜드로 기초·색조화장품과 뷰티 액세서리 등을 판매한다. 

크렘샵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470억 원으로 미국 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월마트 등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패션뷰티 매거진 마리끌레르는 '미국에서 사랑받는 베스트 K뷰티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크렘샵을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유럽 더마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인수해 아마존·코스트코 온라인몰에서 피지오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북미 첫 진출은 지난 2019년이다. 회사는 당시 미국 화장품 회사 뉴 에이본(New AVON)을 인수한 이후 현지 시장에 맞춘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 이듬해 흑자를 달성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북미 시장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북미 사업 매출은 2020년 대비 29% 늘어난 989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전체 매출(4조8631억 원)과 대비해 북미 매출 비중은 5.5%에 달한다. 이는 직전년도 대비 1.1% 늘어난 수치다.

북미 사업 성장에는 현지 멀티브랜드숍 세포라 입점 확대와 온라인 판매 채널 확대에 있다. 이니스프리의 세포라 입점을 확대했으며 라네즈는 '방탄소년단·아모레퍼시픽 립 슬리핑 마스크' 협업 제품을 선보이면서 고객층을 대폭 확대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또 설화수의 윤조 에센스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중국 시장은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고 온라인 마켓으로 대체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국 내 헤라 오프라인 매장은 모두 철수했으며, 이니스프리 매장도 80% 가까이 문을 다았다. 회사는 중국 내 판매 브랜드의 경우 디지털 전환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미국 사업 강화는 중국 사업에 치우쳤던 글로벌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17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시진핑 국가 주석의 '공동부유(같이 잘살자)' 정책으로 중국 내 K뷰티가 저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내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애국주의 소비 자리를 잡고 있을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령까지 겹치며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다"며 "여러 이유에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외 글로벌 사업 다각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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