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10곳 중 9곳 애로 호소…상쇄배출권 활용도r·인센티브 확대 등 촉구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윤석열 정부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유지를 표명한 가운데 국내 제조사들이 제도적 한계로 인해 탄소중립 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302개사를 대상으로 관련 규제 실태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92.6%가 규제애로를 토로했다.

이들 중 65.9%가 '시설투자에 차질을 겪었다'고 응답했으며,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보류한 곳도 18.7%에 달했다. 신사업 차질과 연구개발(R&D) 지연 등도 문제로 꼽혔다.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동국제강 당진공장, 세아제강 포항공장. /사진=각 사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절차 뿐만 아니라 법·제도 미비 및 포지티브식 규제 등에 따른 애로를 호소했으며,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부족한 탓에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 등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쇄배출권 활용 한도를 확대하고 해외온실가스배출권의 국내 전환 절차가 간소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쇄배출권은 배출권거래제 대상기업이 사업장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실적을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것이지만, 당초 10%였던 활용 한도가 5%로 축소된 탓에 기업들이 관련 해외사업 추진을 중단하는 실정이다.

업계는 신·증설되는 설비가 대기배출시설에 해당하면 배출허용총량을 추가로 할당 받아야 하지만, 총량 여유분 초과시 이같은 과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권역간 거래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 상당수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 도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과감히 규제를 개선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 기업들이 마음껏 관련 투자를 하고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제공

대한상의는 이날 환경부와 '기업환경정책협의회'를 개최, 정부에 업계의 고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협의회에는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유제철 환경부 차관, 윤석현 현대자동차 전무, 김종화 SK이노베이션 전무, 김연섭 롯데케미칼 전무 등이 참석했다.

구체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 산정·감축 의무대상에서 간접배출 제외 △온라인 배송 포장재 감축을 위한 인센티브 마련 △환경오염시설법-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지침간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 주기 일원화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환경부는 대기배출허용총량에 대한 추가 할당·차입·상쇄를 비롯한 유연성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중으로, 이날 제기된 의견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희찬 인천대 교수는 "청정개발체계(CDM)를 통해 해외에서 감축한 분량을 국내 배출권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심사가 까다롭다"면서 "배출권 확보를 위해서는 외부감축사업이 벌어져야 하지만, 정부가 배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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