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대비 늦은 출시, 낮은 긴장감·완성도
팀 플레이에 의존해야 하는 게임 시스템
스타·디아·워크 등 여러 IP 도입, 융합 실패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자사 실시간 공성(AOS)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오스)'에 대한 업데이트를 중단한다고 밝힘에 따라 사실상 운영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이용자들과 전문가들은 블리자드가 게임 기획을 함에 있어 기존 프랜차이즈 게임들의 지적 재산권(IP)에만 기대 제품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 히어로즈 오브 스톰 월 페이퍼./사진=액티비전 블리자드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지난 8일 자사 홈페이지에 "시즌 교체와 영웅 로테이션은 계속 하되, 유료 콘텐츠를 새로 추가하지 않겠다"며 "향후 패치는 클라이언트 안정성과 버그 수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공지했다.

필요에 따라 밸런스 업데이트도 진행한다고도 했지만 사실상 자사 게임에 대한 사망 선고를 내린 셈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원인은 운영 미숙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2015년 6월 3일 스타크래프트2 엔진에 기반한 AOS 장르 게임 히오스를 출시했다. 이 게임의 배경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전 작품에서 등장한 세계관의 영웅들이 모여서 싸우는 '시공의 폭풍'다. AOS는 스타크래프트 내 유즈 맵 세팅 게임이자 주요 사건인 '끝 없는 전쟁'에서 유래한다.

AOS 게임의 특징은 플레이어가 영웅을 선택해 생성된 병력을 따라 탑·미드·바텀 등 3개의 공격로에서 전투하는 형식을 가졌다는 점이다. 컴퓨터 소유의 병력이 공격로를 따라가며, 아군 기지 핵심 시설이 파괴되면 패배하는 것도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당초 히오스는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의 대항마로 나왔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AOS 게임 시장은 2009년에 나온(국내 출시는 2011년 12월) 롤의 독주 무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롤이나 도타는 게임 한 판에 40분 가량 소요된다. 히오스 개발진은 아이템·상점·골드·정글 몬스터 등을 배제하는 대신 특성 시스템으로 영웅을 강화할 수 있게 했고 15~20분 사이에 게임이 끝나도록 했다.

경험치 보상 시스템은 팀 단위로 묶고, 각 영웅별 역할군을 확연히 구분해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토록 해 전략적 운용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맵마다 '정원 공포'나 '용기사' 등을 설정해 메인 오브젝트를 따내는 쪽이 유리해지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게임 설계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유저들은 히오스 개발진이 유독 선택한 역할군과 영웅에 따라 한계치가 극명하도록 정해놔 각 플레이어가 해낼 수 있는 퍼포먼스가 제한적이라고 비판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히오스에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워크래프트·오버워치 등 인기 프랜차이즈 게임들의 세계관과 캐릭터 등 관련 IP들을 한껏 넣었다. 하지만 각 IP 간 요소가 융합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블리자드의 팬들의 실망은 더욱 깊어졌다.

인게임 그래픽 측면에서도 모델링과 일러스트가 엉망인 경우가 상당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외에도 개발진은 비주얼 게임을 목표로 히오스를 만들었지만 스킬 사운드와 이펙트를 축소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위 낮은 '타격감'이 히오스의 재미도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 히어로즈 오브 스톰 인게임 플레이 장면./사진=유튜브 캡처

2017년 4월,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히오스 2.0 패치를 했지만 과금 유저들은 결제의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판단, 스팀팩(부스트 아이템)만 구매하거나 유료 플레이를 그만두기도 했다. 이 외에도 패치를 진행하면 할 수록 발생하는 버그들은 부차적인 수준을 넘어 본질적인 게임 플레이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는 혹평도 나온다.

이후 2019년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자사 주최 HCB 리그를 유예 기간 없이 폐지하기로 했고, 히오스 개발 인력도 대폭 축소했다. 이때부터 유저들은 히오스에 대해 블리자드가 손을 떼기 시작했다고 봤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12대 게임 개발 철학 중 하나는 '접하기는 쉽지만, 숙달하기는 어려운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합하면 '태생적으로 잘못된 시스템에 기반해 블리자드 네임밸류에 비해 실패한 게임'이라는 게 게이머들의 중론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은 "기본적으로 히오스는 롤에 비해 완성도도 낮고, 긴장감도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히오스가 '영웅들의 무덤'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각 게임들의 세계관과 전투 밸런스 등의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라며 "근본적인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활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으면 어떤 게임이든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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