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살리기' 초점 국정 어젠다 제시 시급…윤, 5년만의 정권교체 민심 읽어야
작지만 강하고 효율적인 정부 추구…학제개편 논란 등 '졸속행정' 더는 용납 못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5년만의 첫 정권교체이지만, 내놓은지 4일만에 주요 정책 '폐기' 언급한 새 정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학제개편안을 졸속으로 들고 나선 윤석열 정부의 현 주소다.

윤 정부의 앞날이 염려된다. 정권교체를 명령한 지난 3월 9일 대통령선거 당시의 민심을 읽지 못하고, 학부모측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정책안을 내세웠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주말 전후로 여론이 격화하자 지난 2일 대통령실과 교육부 모두 결국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퇴로' 모색에 들어갔다.

사전 여론수렴이나 대선 공약 제시 없이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전격적으로 발표했다가 여론의 철퇴를 맞은 상황이다.

임명직인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인 경력이 짧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현 정부의 아마추어 같은 소통 전략은 뼈아프다.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던 현직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지난 주말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교육부가 말이 안되는 짓을 하고 있다"며 "지난 10년 넘게 논의되어왔지만 잠잠해진 얘기를 갑자기 추진하겠다는 것도 웃기고, 그걸 주말 앞두고 갑작스레 발표해버려서 일선 현장의 교사들조차 멘붕(멘탈 붕괴)이 올 지경"이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목련마을 주공1단지 아파트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비단 이번 '취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 추진 행태뿐만 아니다. 보수정권 정체성과 전혀 관계 없는 이번 이슈로 새 정권의 힘이 빠진다는 결과도 그렇다.

물가·금리·환율 등 3고 시대가 대두하면서 복합위기 및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정부가 민생 살리기에 전력하더라도 부족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식에서 밝힌 새 정부 주요 키워드는 자유·민간·시장·공정·연대 등이다.

'민생 살리기'에 초점을 두고 이 키워드를 묶어서 하나의 국정 어젠다를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어젠다 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시 소득주도성장을 제시했을 때, 재계와 학계에서는 혹평이 컸지만 민주당 지지층을 비롯한 국민 여론은 나쁘지 않았다. 언뜻 듣기 좋았기 때문이다.

이는 탈원전 복구와 같은 '전정권 뒤집기' 같은 1차원적 발상이 아니다. 감세·일자리·성과·정의 등 보수적인 가치를 담아 '작은정부'나 '공정정부'와 같은, 국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작은정부' 또는 '공정정부' 관점에서 본다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전부 적폐 청산감이다.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이슈를 비롯해 공교육 폐해와 증세의 악영향, 귀족노조의 불공정·전교조의 무능과 최저임금 모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방역 규제 또한 그렇다. 

모든 정책을 소비자·실수요자·중산층·서민·취약계층·비정규직·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은 정권 말기 레임덕이 아니라 정권 초기 '취임덕'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농담으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같이 내각 장관급이 나서서 선명하고 단호하게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며, 국정 운영에 있어서 '작지만 강하고 효율적인' 정부임을 입증해야 한다.

내정 차원에서 정부는 박 장관과 같은 실책을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의도는 설사 맞더라도 정책 영향을 직접 받는 국민(학부모와 영유아) 입장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우책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치지형에서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전쟁이다. 여론 밑작업부터 싸움을 시작하지 않는한, 관련 정보와 국민 인식을 정확히 알고서 정책 추진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시간은 윤 대통령 편이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는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어젠다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 운영에 힘을 받느냐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좌에서나 우에서나 불만 하나 없는 어젠다는 있을 수 없다. 보수정권이라면 보수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을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이번 학제개편 이슈를 통해 현실을 알았다면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