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시민단체 강력 반발…민주당 '입법 장벽' 넘을 수 있을까
지난 10년 소비자 불편…유통시장 온라인 재편으로 실효성 없어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새 정부 출범 후 문재인 전 정권과 달라진 것 중 하나는 국민의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기존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가 대통령실 국민제안 코너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윤정부가 내세운 국민제안은 국민청원과 달리 '실명제'로 의견을 받는다. 앞서 국민청원의 경우 청원법상 비공개가 원칙인 청원 내용을 전면 공개하고 20만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답해주는 등 이슈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실명제도 하지 않고 여러 아이디를 통해 로그인하면 동의를 선택할 수 있게 해 특정 진영의 집단적 여론전에 따라 국민청원 게시판 이슈가 좌우되는 문제도 있었다. 전 정권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20만의 동의를 얻지 못한 대다수 민원은 답변을 받지 못한채 사장됐다.

   
▲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문제는 대통령실이 법과 원칙에 입각한 민원 책임 처리제를 표방하고 런칭한 '국민제안' 첫 투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1위를 하면서부터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및 월 9900원에 대중교통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K-교통패스 등 대통령실 국민제안 다른 TOP10 이슈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 1위에 올랐지만, 전통시장측의 강력 반발을 사고 있다.

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한다. 온라인 배송 또한 월 2회 해당 날짜에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고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2012년 이명박 정부 말기에 도입됐지만, 전통시장의 침체는 여전히 계속된다는 부정적 평가가 누적되어 왔다. 입법 취지에 어긋나고 규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뿐 아니다. 지난 10년간 온라인 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형마트나 오프라인 대형쇼핑몰 또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여건이 악화된 측면도 감안해서다.

실제로 온라인 및 모바일을 통해 쇼핑하는 비중이 전체 소매 매출의 절반 이상을 넘어갔을 정도로 시장 여건이 완전히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이에 대해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대형마트의 점유율이 크지 않고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역할을 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기존 규제가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고 있고 전통시장 보호라는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소관 주무부처인 국무조정실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규제심판회의를 갖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해 논의를 나눴다.

국무조정실은 규제정보포털을 통해 5~18일간 온라인 토론을 진행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장벽은 만만치 않다. 우선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소상공인연합회 측이다.

연합회는 이번 논의에 대해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무너질 것"이라며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대중소기업의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상생발전은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나섰다.

두번째 장벽은 국회 다수 의석을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연일 윤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이슈는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좋은 명분을 제공한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소상공인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소상공인의 생사를 가르는 일에 대해 이렇게 무책임하게 국민 편 가르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국무조정실이 전통시장측 반대를 무릅쓰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강행하더라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여소야대인 국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소상공인 전통시장측 논리와 이를 지지하는 민주당 입장이 국민 대다수인 소비자들의 편의 및 선호도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찬반 양론에 대한 중재와 조정은 정부의 몫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에 대해 "모두가 원하는 방안을 도출할 때까지 충분히 듣고 또 듣겠다"고 밝혔다.

10년간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의무휴업 폐지,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국민 대다수인 소비자가 우선이냐, 전통시장측의 논리가 우선이냐. 대통령실의 고민이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