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노사 갈등 부담…파업불씨 불안
임단협 평행선 걷는 △한국지엠 △르노코이라 △현대제철 △현대중 △한국타이어 등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경기침체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계 내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다. 

휴가시즌이 끝나가며 본격적인 임단협 마무리 작업을 위한 노사 협력이 요구되고 있지만, 큰 폭의 임금인상과 핵심 이슈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민주노총이 5월 1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2022년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임단협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신임 사장 부임으로 임단협 시작이 늦어진 한국지엠은 여덟 번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아직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9만7472원 인상, 성과급 400% 지급, 근속수당 상한선 폐지, 해고자 복직,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 배정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 배정이 핵심 이슈로 사측은 회사의 적자 지속시 전기차 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르노코리아는 노사협상의 핵심쟁점인 다년합의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경영환경 안정을 이유로 3년에 1번 임단협을 진행하자고 요구했지만 노조는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거절하고 있어 평행선을 걷고 있다. 

이미 파업권을 확보하고 있는 르노코리아의 노조는 앞으로 협상에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수준으로 올해 임단협을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쌍용자동차는 경영정상화 전까지 임단협을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완성차 업계의 임단협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해외자본으로 운영 중인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만 남았다. 

하지만 양사의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양사는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일감을 배정받아야 되는 만큼 파업 등으로 생산공장으로서의 지위 하락이 경영정상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빠른 타결이 절실하다. 

철강과 조선 업계도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특별공로금'을 요구하며 96일째 사장실을 점거 중이며, 게릴라 파업을 예고하고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는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임단협 9차 교섭이 무산되자 "신중하고 기습적인 게릴라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도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 등을 거쳐 파업권을 획득한 상태여서 합법적으로 파업을 단행할 수 있다. 노조의 사장실 점거에 맞서 사측은 노조집행부를 특수주거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양측의 간극을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 현대제철 노조가 무단 점거한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 노조도 최근 수주 호황을 내세우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임금피크제 폐지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 내지 직접 고용 등을 외치면서 어느 때보다 임단협에 난항이 예상된다.

타이어 업계의 교섭도 파행을 거듭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는 금속노조 산하 지회인 1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2노조가 교섭을 계기로 치열한 세력 다툼이 예상되며 노노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공장 증설을 두고 사측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타이어 업계의 경우 물류비용에 따른 실적 타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의 화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반기 경기침체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타이어는 컨테이너 운임비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벌어진 물류대란에 폭등한 상황이다. 지난 2020년 2000억 원에 불과했던 운임비는 지난해 4500억 원을 지불하며 실적부진을 겪었다. 

올해는 약 1조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한국타이어는 내다 보고 있다. 즉 실적부진이 가중될 상황에서 노조간의 세력다툼으로 미래산업에 집중하지 못해 도태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하반기 산업계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이른바 3고 현상으로 국내 기업들이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름 휴가를 마무리하고 근로자들이 현장에 복귀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임단협의 마무리로 노사 갈등 최소화해 경기침체에 대비해야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회사 경영이 힘든 상황에서 노조가 섣부르게 파업에 돌입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며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산업계 손실은 수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8월 15일 전국 노동자 대회를 기점으로 노동계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다"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정부 대응도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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