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첫 기조연설서 "UN에 등 돌리고 이탈하면 국제사회 블록화, 위기 혼란 가중"
"자유의 확대·UN시스템 존중 및 연대·어려운 나라 지원…한국, UN과 함께 책임 다하겠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General Debate) 기조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복합적 위기에 대한 해법은 자유의 확대, 유엔 국가간 확고한 연대의 정신, 한국 등 세계 선도국들의 기여였다.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일반토의 10번째로 연단에 오른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와 연대: 전환기 해법의 모색'(Freedom and Solidarity: Answers to the Watershed Moment)이라는 제목의 첫 유엔총회 연설을 갖고 이를 피력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이를 위해 이날 기조연설에서 가장 먼저 밝힌 것은 '명분'이다.

먼저 윤 대통령은 "유엔 헌장은 더 많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 수준의 향상을 촉진할 것을 천명하고 있고,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인류의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하여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 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러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강력히 지지하고 연대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설에서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북한 등 세계 몇 안되는 독재국가들을 향해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은 우리가 그동안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축적해온 국제 규범 체계와 유엔 시스템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것"이라며 "인류가 진정한 자유와 평화에 다가가기 위해서도 유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이 명분에 이어 언급한 것은 바로 '역할과 책임'이다.

자유의 확대가 윤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명분)라면, 확고한 연대의 정신은 그 원동력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역할과 책임'을 언급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며 "유엔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유네스코 등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제 더 폭넓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에서 제시한 관련 영역은 팬데믹 문제 해결, 탈탄소라는 지구적 과제 추진, 디지털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확대가 지속 가능한 번영의 기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어려운 나라에 대한 지원은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자유와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기여도'를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한국의 기여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날 인용한 사안은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연구개발, 글로벌 보건체계 강화를 위한 기여, 팬데믹 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 참여,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 각료회의 개최, Green ODA 확대,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 돕기, 혁신적 녹색기술의 공유,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의 더 많은 공유 등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이 위기는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확고한 연대의 정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 시스템과 보편적 규범 체계에 등을 돌리고 이탈하게 된다면 국제사회는 블록화되고 그 위기와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해결을 위해 역할을 분담하고 힘을 합치는 노력들이 더욱 강력하게 실행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은 세계 시민의 자유 수호와 확대,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UN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며 연설을 마무리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번 윤 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관련해 20일 오전(현지시간) 현지에서 사전 브리핑을 열고 "약자 복지의 글로벌 비전이 아닐까 싶다"며 "갈림길에 선 유엔이 지금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 약소국 곁에 있어야 하고, 그 역할을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천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날 "전쟁의 공포로부터 자유케 하고 그 고통의 굴곡진 세월을 끊어낸데 대한 그 기억을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오늘, 공유를 받는 나라에서 공유를 하는 나라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유엔에 자신있게 책임있는 국가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70년 전 우리가 그 자유와 연대의 손길로 이제 ODA 공여를 늘릴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선포하게 된 그 계기를 모델로 삼아줄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유엔의 과거이자 유엔의 현재로서의 대한민국 모습을 증거할 오늘 연설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관계자는 "이제는 자유의 영역이 기후위기, 에너지 위기, 디지털 격차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용기 있게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국가로서 오늘 공여 외교, 기여 외교를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