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석방 후 인터뷰서 "의리? 이 세계엔 없어, 법정서 사실 다 얘기할 것"
"이재명이 모를 리 있겠느냐…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죄값 받아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앞으로는 법정에 나가서 내가 아는 사실 그대로 다 이야기하려고 한다." (21일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지은 죗값은 받겠다.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 받을 거고. 그 사람들이 지은 죄는 그 사람들이 벌 받을 것이다." (21일 한국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입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주고 공사에 손해를 끼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된 유동규 전 본부장은 동일한 피의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재판을 1년 가까이 치러왔다.

유 전 본부장 입장에서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55)의 구속은 '인과응보'가 될 전망이다.

'뇌물은 주는 측이 반드시 기록을 남긴다, 뇌물을 받은 측의 배신에 대한 보험 차원'이라는 뇌물죄에서의 상식이 이번 사건 수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된 지난 이틀간 가졌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는건 총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혐의 연루에 대한 교통 정리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0월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1심 속행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뇌물 수수 등 의혹으로 재판 중인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사진=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용 부원장에게 전달했다는 8억 원에 대해 "내가 벌 받을 수 있는 건 벌 받을 거고, 같이 받을 건 같이 받을 거고, 그 사람들이 받아야 할 건 그 사람들이 받을 거고"라며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 법정에서 다 밝히겠다, 가릴 수 없으니까 두려울 거다"라고 말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돈을 요구해 가지고 실컷 받아쓸 때는 언제고 만난 적도 없다? 내가 유령을 만났나?"라며 "김용이 20억원 달라고 해서 6억원 정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법적 책임을) 써야 될 거고, 그렇지 않나, 이게 맞는 거 아닌가"라고 강조하면서 검찰의 증거 유무에 대해 "다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두번째는 대선자금 등 뇌물죄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 전 본부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숨길 수 없는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민주당을 겨냥해 "작은 돌 하나 던지는데 저렇게 안달이다. 정말 큰 돌 날아가면 어떡하려고"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알았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이재명 대표가) 모르는게 있겠느냐, 정진상이 몰랐겠느냐"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릴 수 있어도 숨길 수 없는 게 행적이다. 눈앞에 찍힌 발자국을 어떻게 숨기나"라고 반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와 관련해 "그냥 법을 믿고 행동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나는 회유당할 사람이 아니다, (이재명 측의) 협박 이런 거 안 통한다"고 밝혔다.

   
▲ 2018년 10월 1일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8대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마지막으로 '신변의 위협' 우려에 대한 유 전 본부장 본인의 입장이다.

앞서 지난 2021년 12월 10일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11일 뒤인 12월 21일 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2022년 1월 11일 서울 양천구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녹취록을 최초로 제보한) 이병철 변호사를 거론하면서 유 전 본부장 신변의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곳곳에서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살 당한다, 이런 말도 나오고 별말 다 한다"며 "인명재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자살 당한다는) 그런 거 염려하지 않는다"며 "진실만 이야기하고 다 끝나면 조용히 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한기 전 본부장, 김문기 처장, 이 변호사 죽음의 진상이 덮였다고 생각하는 경우 문재인 정권 치하에서 검찰과 경찰이 이를 묻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당당히 밝힌 초연함은 정권이 바뀌어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상, 만의 하나 우려한 사태(신변의 위협)가 발생하더라도 검찰과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해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이라는 믿음에 일부 기댄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은 인터뷰에서 부정한 금전을 요구한 사람이 더 있냐고 묻자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하면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