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초당적 협력' 주문…정치 일정도 중단
사라진 정치구호·비판 논평…여야정 협치 기대감 커져
"막을 수 있었던 일"…사고 원인 규명 논쟁은 변수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정치권이 31일 정쟁을 멈추고 이태원 압사 사고 수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는 ‘사법 리스크’와 ‘정치 탄압’으로 치열하게 대립했던 전과 달리 ‘수습이 먼저’라며 한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이에 예산안과 입법 등 산적한 현안 해결에도 협치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쏠린다.

여야는 이날 이태원 압사 사고와 관련해 비판과 정쟁 대신 ‘애도’와 ‘추모’로 숙연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말씀드렸던 것처럼 희생자들의 안돈,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들에 위로, 또 사건의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며 정치적 행동을 금하고 사고 수습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어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회도 참사 수습에 초당적으로 신속하게 협력 하겠다”며 사고 수습을 위한 여야정 협력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특히 이태원 참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30일 이후 정치적 구호와 비판 논평을 전면 중단했다. 또 당내 기구인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를 출범하고 참사 수습에 초당적 협력을 제안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정쟁보다 참사 사고 사상자에 대한 추모와 수습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 10월 31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지금은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이자 추궁의 시간이 아니고 추모의 시간”이라며 “애도 기간 중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정쟁 중단을 선포했다. 

또 주호영 원내대표도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야정이 함께 사고 수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력을 당부했다.

아울러 비대위 체제를 갓 졸업한 정의당까지 당내 ‘사회적 시민 안전 참사 TF’를 구성하고, 국회 차원의 TF 구성도 제안하고 있어 사고 수습 과정에서 여야 협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의 협치가 ‘동상이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고 수습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지만 원인 규명과 사후 대책에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 지난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경찰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더불어 앞서 여야가 정쟁했던 원인이 ‘사법 리스크’와 ‘정치 탄압’이였던 만큼 사고 수습에 대한 공감대만으로는 정쟁이 멈출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이태원 참사 소식에 즉각 윤석열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비극을 정쟁에 활용한다는 국민적 비판이 일자 게시글을 삭제했지만 어떠한 사과나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남 부원장의 발언은 ‘개인적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당의 정책과 전략을 담당하는 싱크탱크 고위직의 발언인 만큼, 참사가 정쟁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민주당 지도부도 사상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면서도 ‘사고 원인과 규명 파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막을 수 있었던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도 많다’며 뼈 있는 발언에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국가 애도 기간 후 정쟁이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