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세액공제 관련 법 적용 유예 등 요청
실질적 혜택 위한 인센티브 조항 명확한 기준 수립 요청
현지 판매전략 수정위해 상황 점검…향후 대응책 등 논의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IRA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광폭행보를 보여온 정의선 회장의 행보에 발맞춰 미국재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IRA에 대한 현대차그룹 내부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방증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은 한국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점과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착공했다는 점을 강력히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 중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면담 장소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4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관련해 미국 재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연말까지 인플레이션감축법 세부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5일 성명을 내고,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1월 4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 내 각 항목의 용어 정의, 법안 적용시 고려해야 할 요소 등 세부적인 사안까지 구체적인 질문을 제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친환경 자동차(Clean Vehicle) 세액공제'뿐 아니라, 인플레이션감축법에 포함된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다양한 조항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조립되는 전기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한미 FTA 내용과 정신 모두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안 발효 이전에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에 대해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한 법인에서 제조한 전기차는 북미 조립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유예기간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감축법안에 명시된 전기차 공장 신설, 배터리 부품 판매시 세액을 공제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르면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저공해차 및 관련 기술‧부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 또는 20% 이상의 온실가스를 저감하도록 설계된 공장의 경우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투자금액의 6%에서 최대 30%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터리 부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경우에도 소득세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자동차기업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안에 포함된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재 공개된 법 조항에 명기된 용어들의 정의와 요건을 구체화하고, 보다 명확한 세부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미국 재무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재무부 의견 전달과 동시에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관련 법 개정을 위해 한국정부와 함께 미국정부, 의회를 지속 설득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자동차기업들이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며 "법에 규정된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받으면 미국 현지 사업 수익성 개선과 현지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그룹의 의견서는 미국 생산 전기차에만 세제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법 개정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해, 인센티브 조항들에 구체적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실질적 혜택을 얻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 총수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IRA 대응을 위해 미국출장길에 오르는 등 분주히 뛰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에 참석했다. 정 회장의 미국 방문은 올해만 6번째다.

정 회장은 기공식에서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드디어 찾았다"며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이에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 9월 LA에 있는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을 찾아 현지 사업 현황 및 IRA에 대응을 포함한 판매전략을 전반적으로 점검한 바 있고, 이에 앞서 수차례의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해법마련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현대차그룹은 IRA 대응을 위해 미국에 배터리 합작법인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4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인 서강현 부사장은 "배터리 부품의 경우 전동화 전환의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합작법인 설립을 포함해 다각적인 현지화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특히 배터리 밸류체인의 경우 향후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 내 공급망 검토 및 주요 부품 리사이클링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이 IRA에 대해 심각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의 전략이 향후 전사적인 계획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말 9개 권역본부 체제에서 5대 대권역(유라시아·미주·중국·인도아중동·한국아태) 체제로 글로벌 전략을 수정했다. '글로벌 톱 3'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해 현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미래사업 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1년도 채 안된 사이에 5대 대권역 중 3개 대권역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라시아 대권역 중 러시아에 대한 수출입 금지 조치 등의 변수가 발생했고, 현지공장도 가동이 중단 된 상태다.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HMGC(현대차그룹 중국지주사) 권역에서는 여전히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들고 나오면서 미주대권역 내 북미사업장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위기 타개를 위한 글로벌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판매량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정도로 큰 변수들이 발생한 만큼, 위기대응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RA가 내년 이후에도 조정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단기 방편으로는 프로모션‧인센티브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면서 "정의선 회장이 현지 상황을 살펴보고 가장 적절한 수준의 판매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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