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비대위, 전대 앞두고 ‘당심 확대’ 쪽으로 룰변경 시작
현행 7대(당심) 3(민심)에서 당원투표 비율 10대 0으로 가닥
친윤계 주자들, 찬성 뜻 보이지만...비윤계, 이제 와서 룰변경? 반발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이 내년 3월초 치러질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투표 비율을 현행 7대(당원) 3(일반국민)에서 10대 0으로 변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의 진로를 당원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비윤계' 당권 주자들의 반발은 물론 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논란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5일 당대표 선출 규칙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비대위는 오늘부터 우리 당의 정당민주주의를 확고하게 할 전당대회 개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라며 "전당대회 규칙 개정안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당원투표 비율을 늘리는데 대한 반발을 의식한 듯 "유럽의 내각제 국가든 미국의 경우든 전당대회 의사 결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채택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라며 "전당대회는 당원 총의를 묻는 자리이지, 국민 인기를 묻는 자리가 아니다. 당대표 뽑는 전당대회와 공직후보자를 뽑는 전당대회는 성격이 같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 1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면서 "1년 6개월 전 우리당의 책임당원은 28만명이었지만 오늘 기준 우리당 책임당원은 79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라며 "내년 전당대회 시점부터는 100만명에 근접한 책임당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해 당원 숫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을 적극 부각했다. 국민 여론을 따로 묻지 않아도 당심에 충분히 민심이 반영이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대룰 변경의 정당성을 부여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발 맞춰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도 이날 오후 모임을 갖고 '당심 비율 100%' 확대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혜 의원은 초선 의원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극소수는 전대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게 적절하냐는 의견이 있었다"라면서도 "9대1 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대부분은 100%로 가자는 의견이었다"라고 전했다. 재선의 정점식 의원도 모임 이후 "대다수 의견님들이 당대표 선출에 대해 100% 당원 뜻에 따라해야 된다는 의견을 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심이 곧 윤심'이라며 전대룰 개정을 반기는 '친윤계' 당권 주자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비윤계' 주자들(안철수·윤상현·유승민)등 은 '당원 투표 비율 전대룰 개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과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당심뿐만 아니라 민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 의원은 지난 14일 "비당원 지지층의 의견을 반영할 통로를 완전히 없애버리면, 당 대표가 되더라도 총선 때 당원이 아닌 지지층에게 어떻게 호소할 수 있나"라며 "당원이 아닌 지지층의 의견도 반영하는 당 대표를 뽑는 게 맞다"라며 룰 변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당원이 100만 명 수준으로 크게 늘었고, 젊은 당원들이 많이 유입돼 당심과 민심 사이에 괴리가 없다는 주장을 두고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2,400만 명이 당을 지지한다고 볼 때 (당원을 제외한) 이들의 의견을 반영할 통로는 전혀 없다"라며 "(당원 투표 비율 확대가) 지지자 2,400만 명에 해당하는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를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심이 호의적으로 반응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도 1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 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이 룰을 한 18년 동안 유지해 왔다"며 "민주당 같은 경우 지난 대표 경선 때 7.5 대 2.5다. 우리가 민주당보다 민심 비율이 적어서야 되겠나"라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축구 한참 하다가 골대 옮기고 이런 게 정말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직격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당대표를 당원들이 뽑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제 와서 전당대회 규칙을 변경한다고 하는데, 너무 속보이는 얘기 아닌가"라며 "누가 봐도 '친윤' 주자들에 유리한 건데, 명분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100% 당원 투표로 간다고 하는데, 민심 없는 당심으로 차기 총선을 어떻게 이기겠다는 얘기인가. 아무리 100만명 책임당원 시대라고 해도 그분들이 과연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 또한 잘못된 생각"이라며 "수도권 민심은 물론 중도층 이탈도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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