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야당, 윤대통령에게 '통합·협치' 주문…윤의 소통, '보편적 가치 추구' 자유·연대가 큰 틀
윤 발언 속 '법치주의·공정·인센티브·지성주의·과학·글로벌스탠다드·실수요' 읽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복합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 대안 없이 국민적 합의부터 끌어내야 할 중요한 3대 개혁을 제목만 나열하면서 통합과 협치가 아닌 법치만 강조한 것도 우려스럽다."(1월 2일 부산 현장 최고위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

국회를 장악한 거대야당과 언론 일각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상 주문하는 것은 '통합'과 '협치'다. 국정 운영에 있어서 통합·협치의 길을 걸으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 통합·협치라는 용어에 함정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야권의 일방적인 입장을 수용하라는 '원칙 없는 상대주의'라는 함정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내세운 지점은 다르다. 통합·협치가 아니라 우선 보편적 가치를 설정한 후 이를 이루기 위한 세부 목표를 제시한다. 일종의 '원칙 제시'다. 그리고 이를 설득하고 장려해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포섭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이래로 지금까지 밝힌 공식 입장(취임사·첫 시정연설·5.18 기념사·8.15 경축사·예산안 시정연설·신년사) 전문들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내세운 '소통' 키워드가 읽힌다.

   
▲ 윤석열 대통령이 1월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그 첫째로 윤 대통령은 '자유·연대'를 보편적 가치의 큰 틀로 내세운다. 그리고 그 시각은 세계로 향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첫 마디로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선언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지목하면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지목한 것으로 읽히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공식 입장에서 유일하게 '국민 통합'을 언급한 5.18 기념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철학"이라며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통합의 토대라고 강조한 것이다.

올해를 연 신년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자유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연대는 우리에게 더 큰 미래를 선사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제게 부여한 사명을 늘 잊지 않겠다"며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 더 큰 바다(세계)를 향해 나아갑시다"라며 자신의 취임사 첫 마디가 오버랩되는 말로 마무리 했다.

구체적으로는 윤 대통령 발언에서 나오는 키워드는 법치주의·공정·인센티브·지성주의·과학·글로벌스탠다드·실수요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취임사부터 가장 최근 일정 모두발언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읽히는 키워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연두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보편적 복지에서는 적절한 자기 부담, 그 다음에 사회서비스로 제공한다는 원칙을 갖고 철저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노동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과학적으로 따져 보면 노동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 수요 기반에 유연하게 맞춰 줘야 한다"며 "노사 뿐 아니라 노노 간에도 공정한, 노동에 대해서는 비슷한 정도의 보상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연성과 공정성, 이와 관련된 노사 법치주의, 산업 현장 안전, 이런 것들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잘못된 것을 상식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모두 국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이런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의 시각은 미래로 향해 있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와 이를 가로막는 '적'을 설정하고 나섰다.

여소야대라는 벽에 부딪혀 있는 윤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얼마나 이 과제를 이룰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 주변 정치적 현실은 녹록치 않다. 총선 전 국정운영 목표가 얼마나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