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조특위...유족·생존자 "진실규명·2차 가해 멈춰달라" 눈물
생존자 김초롱씨, "장관·총리·국회의원 '말'이 저를 무너뜨렸다"
유가족 서인현씨, "일상 돌아가고파...진상규명·책임자 처벌 필요"
[미디어펜=이희연 기자]12일 열린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는 유가족·생존자·상인 등이 진술인으로 참석해 제대로된 진실규명 요구와 함께 참사 당시 미흡했던 현장 구조 상황, 참사 이후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 질타했다. 특히 유가족들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2차 가해에 대한 강력 대응을 촉구하면서 "장관·총리·국회의원들의 말들이 2차 가해였다"라고 분노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공청회 형식으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는 유족 8명, 생존자 2명, 상인 2명이 진술인으로 참여했다. 진술인으로 나선 유가족·생존자 대부분은 감정에 북받친 듯 발언 도중 눈물을 훔치거나 오열했다. 

첫 진술에 나선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는 자신을 "강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 씨는 "심리상담도 자발적으로 잘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 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라며 "저에게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들이 2차 가해였다"라고 비판했다. 

   
▲ 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공청회’에서 익명을 요구한 유가족(뒷편 가림막)의 진술이 이어지자 다른 유가족들이 함께 오열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씨는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라는 참사 후 행안부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 내렸다"라며 "저는 이 말이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들이다'라는 얘기처럼 받아들여졌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몇 주 전 이태원 참사를 경험한 고등학생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때, 저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선생님을 찾았고, 약 복용량을 늘렸다. 그때 국무총리가 했던 발언이 생각난다"라며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김 씨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라며 "치료와 상담을 통해 아무리 개인적으로 노력해도 결국 바뀌지 않는 사회와 매번 쏟아지는 망언들이 제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도 없고 아직까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닫지 못하는 자신의 '무지함'과 '비열함'에 스스로 '열등감'을 가지셔야 한다"라고 분노했다. 

이태원 참사로 생명을 잃은 고(故) 조경철씨 동생 경선씨는 "저에게 가장 큰 2차 가해는 뒤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앞에서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정부와 공무원, 몇몇 비윤리적인 의원들의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 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공청회’에서 진술을 마친 유가족이 오열을 하자 용해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위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경찰에 대해서는 "(오빠의) 행적을 쫓던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 경찰의 행정 처리, 부실 수사, 수사 방치에 진절머리가 나게 치가 떨렸다"라며 "저는 지금도 오빠의 행적을 알지 못하고 아무도 우리 오빠에 대해 수사해주는 이가 지금 현재까지도 없다"라고 울먹였다.

이태원 핼로윈 축제에 갔다가 예부 신부를 잃은 익명의 생존자는 "사람들이 모두 정신을 잃고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왜 소수의 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많은 인원이 투입됐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159번째 희생자의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저는 지금도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약혼자 가족 덕분이다. 이러한 공감이 없었다면 저 역시 159번째 희생자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청했지만 정부는 만들어주지 않았다.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청에 응답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유가족 서이현씨는 "(참사 당시) 한남동 주민센터에 실종신고를 하고 기다리다 공무원한테 진행 상황을 물어봤는데 개별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 하지만 뉴스에는 같은 내용만 나오고 주민센터에서도 가족들에게 전혀 설명이 없었다"라며 "신원 확인, 이송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유가족에게 브리핑이라도 해줬다면 동생 소식을 알게 되기까지 그렇게 막막하고 피마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공청회’에서 진술을 마친 유가족이 오열을 하자 다른 유가족이 위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어 "우리가 (먼저) 물어보고 찾기 전에 안내하고 챙겨주면 안 되나"라며 "나라와 싸우고 싶지 않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 처벌이고,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대통령께 묻는다. (대통령의 반려견인) 새롬이도 보는 당신을, 접견 신청한 저희는 왜 못 보나"라며 "유가족도 국민이고 이 참사의 당사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조특위의 활동 기한은 오는 17일까지다. 국조특위는 이르면 오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