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신승' 만든 84만 책임당원의 지지 밝힌 여론조사 없어…모집단 한계
당원투표 100% 사실상 '친윤' 당원이 좌우…단순포집 여론조사, 무의미
이준석 당대표 선출 때도 여론조사 20%p 뒤집고 나경원 당원투표 이겨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한 가운데, 집권여당 당대표를 정할 당심(당원 지지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건은 여론조사다. 최근 들어 기존 여론조사전문기관들이 전당대회 결선투표를 가정한 양자 대결 등 각종 조사 결과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당심을 대표할만한 여론조사는 찾기 힘들다.

개정된 전당대회 룰에 따르면, 당대표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는 투표권은 국민의힘 책임당원에게만 주어진다. 그 숫자는 84만 명에 달한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존 당원투표 70%-여론조사 30% 방식을 당원투표 100%로 바꿨다. 역선택 방지 조항 및 결선투표도 도입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손에 전당대회 결과가 좌지우지된다.

문제는 현 여론조사 체제에서 책임당원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를 짚어낸 여론조사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모집단이 다르다는 한계'에 기인한다.

   
▲ 1월 2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의 2023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여론조사는 모집단의 선호도를 얼마나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느냐가 생명이다. 이를 위해 각종 표본 추출 기법과 표준오차 범위에 대한 연구가 쌓여왔다.

현재 책임당원은 이준석 전 대표를 선출했던 2021년 6월 전당대회 당시(28만명)와 비교해 3배 늘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37%-대구·경북 22%-부산·울산·경남 19% 순이다. 연령별로 20~40대 비율은 32%, 50~70대 비율은 68%다.

하지만 기존 여론조사전문기관에서 쓰는 모집단은 수천만명에 달하는 18세 이상 전국의 남녀 성인이다. 여기서 1000명 또는 2000명 정도 표본을 추려서 ±3.1% 내지 ±1.8% 사이의 신뢰도로 조사 결과를 낸다.

이 여론조사에서 물어볼 수 있는 최대치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전당대회에서 지지할 당대표 후보를 묻는 것이다.

이는 당 지지자를 단순포집한 것으로, 통계적으로는 모집단이 달라 무의미하다. 이 여론조사에서 전당대회 양자대결 등 온갖 상황을 가정해 묻더라도 통계상 의미 없는 실정이다.

책임당원의 선택을 읽으려 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두가지다. 바로 윤심의 방향과 수도권 표심이다.

책임당원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숫자상으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0.7%p차 신승을 거두게 만든 주역이다.

현재 '윤심'이 가리키는 후보는 얼추 정해졌다. 초선모임 등 친윤 의원들이 적극 지지하는 후보다. 윤심의 방향이 정해진 이상, 이를 책임당원들이 그대로 지지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압승으로 지방권력은 잡았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여소야대라는 큰 벽에 부딪혀 있다.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내년 4월 총선 승리가 필수적이고, 이 총선 승리를 위해선 지휘관이 될 당대표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결국 '내년 총선 승리에 누가 가장 효과적인 당대표로 기능할 것인가'가 책임당원들 선택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변수는 수도권 거주 책임당원들의 표심이다. 지역 분포상으로도 37%라 당대표 선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규모다.

수도권 표심의 결집이 누구로 향하느냐에 따라 윤심과 무관하게 승패를 가를 수 있을 정도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또한 이에 대해 지난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당원들은 이준석 전 대표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고 당 대표가 난동을 부리거나 또는 대통령 후보 또는 대통령과 다른 엇박자를 낼 경우에 얼마나 많은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지는지 많이 봐왔다"고 전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친윤 성향의 표는 결집될 수 있을 것이고 친윤 성향이 아닌 분들은 아무래도 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선으로 갔을 때는 승부를 가늠할 수 없다"고 점쳤다.

특히 김 전 최고위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될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여론조사 추출 결과와 당원투표는 엄청나게 달랐다"며 "지금 여론조사가 과연 당원투표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의심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국민의힘이 당원들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여론조사를 하기 전까지, 현 여론조사 구조상 책임당원들의 진짜 속내를 읽을 길은 없어보인다. 

당심을 이끌려는 윤심이 정확히 무엇인지, 당심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지 각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대통령실에서 내는 신호와 내년 총선 승리 전략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