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해 '내실 다지기' 주력…최대 실적 경신·수익성 등 개선세
원가 상승에 1분기 영업익 주춤…비주택·신사업 등 돌파구 마련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신입생 시절보다 학문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고 성적이 부진해지는 등 방황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다른 분야에도 두루 쓰인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올해 2년차를 맞은 건설사 대표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건설사 대표들이 징크스를 딛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2년차 징크스 극복기⑥-코오롱글로벌]'안정화 성공' 김정일 대표, 신사업·체질 개선 본격화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지난해 '도전'보다는 '안정'에 집중했던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가 올해는 부임 과제였던 '체질 개선'과 '신사업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분할을 통해 기존 '캐시카우'였던 자동차부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본업인 건설부문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육·해상풍력 등을 비롯해 폐자원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약력 : 1961년생. 서강대 경영학과 학사. 1987년 코오롱상사 입사. 2001년 네오뷰코오롱 대표. 2017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2020년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사장. 2022년 3월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현)./사진=코오롱글로벌

◆부담 안고 출발한 '코오롱맨'…첫 해 '내실 다지기' 집중

지난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김정일 대표는 1987년 코오롱상사에 입사 후 36년간 코오롱에서만 일한 '코오롱맨'이다.

전임 대표였던 윤창운 현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8년간 코오롱글로벌을 이끌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풍력사업과 모듈형 건축사업 등 신사업을 본궤도에 올린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한 가운데, 김 대표에게는 이러한 성적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김 대표 선임 당시 코오롱그룹은 "김 대표는 코오롱글로벌의 미래 성장과 신사업을 견인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신사업 성장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한 김 대표는 취임 첫 해였던 지난해 '내실 다지기'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 본업인 건축·주택 부문에서 착실히 수주고를 쌓으며 안정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매출 4조9009억 원으로 지난 2021년 기록했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4조7495억 원을 경신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 총 13건, 1조4004억 원을 수주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3조6569억 원(주택·건축 2조7565억 원, 인프라 9004억 원)으로 연간 목표였던 3조5700억 원을 넘어섰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건설부문 매출액 대비 5배 이상인 11조2000억여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원가 상승 등 리스크에도 불구, 양호한 채산성을 바탕으로 개선세를 이어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코오롱글로벌 건설부문 영업이익률은 7.5%로 최근 5개년 평균 영업이익률인 6.3%를 넘어섰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국내주택 공종의 경우 성남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 나주 빛가람지역주택조합 등 공사 후반부 기성이 진행됨에 따라 2022년 매출원가율이 82.6%로 감소하면서 타 공종 대비 우수한 채산성을 기반으로 전사 영업수익성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금흐름 및 유동성 등 재무구조도 양호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 총차입금은 인적분할 영향으로 9523억 원 중 4091억 원(리스부채 포함)이 이관돼 차입부담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의존도는 8.1%까지 감소해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

또 지난해 12월 말 연결기준 단기성차입금은 2611억 원(단기차입금 1244억 원, 유동성장기차입금 1101억 원, 유동성리스부채 267억 원), 현금성자산은 2875억 원으로 현금성자산이 단기성차입금을 소폭 상회했다.

   
▲ 코오롱글로벌 연도 및 분기별 실적./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할과 함께 '홀로서기' 본격화…'친환경 기업' 변신 예고

김 대표 취임 2년차를 맞는 올해 코오롱글로벌에는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그간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자동차부문을 분리해 신설회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 분할하기로 한 것.

기업 분할과 함께 코오롱글로벌은 '친환경 기업'으로서 변신을 예고했다. 탈현장화(OSC)를 기반으로 공동시행, 자체사업 등 고수익성 개발사업을 확대함과 동시에 육·해상풍력사업을 확대하고 풍력 기반 전력·수소 에너지 생산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오롱글로벌은 2025년까지 신규수주 4조 원, 매출 3조8000억 원, 영업이익 2900억 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김 대표도 당초 과제였던 '신사업을 통한 체질 개선'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기존 육·해상풍력과 더불어 폐자원 활용 사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3월 두산퓨얼셀과 손잡고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 및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 사는 유기성 폐자원을 통해 생산한 전력의 판매사업을 위해 협업한다.

또 이달 초에는 폐기물 소각플랜트 분야 전문기업 4개사와 기술경쟁력 향상 및 기술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폐기물 소각플랜트 핵심 공정인 소각 및 폐열회수공정부문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성능 개선 및 신기술 개발 등 관련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와 발생지 처리 원칙이 시행됨에 따라 폐기물 소각처리시설 신설 또는 증설사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각플랜트 분야를 시작으로 폐기물 분야 유기성 통합 바이오, 열분해 기술 등 환경사업 분야 전반에 걸쳐 기술 발굴 및 대외 협력 관계 확장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사진=코오롱글로벌


◆2년차 출발 '주춤'하지만…"위기를 기회로, 장기 성장 모멘텀 구축"

실적 측면에서 올해 출발은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올해 1분기 코오롱글로벌 전사 매출액은 5866억 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4억 원, 206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건설부문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4615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3% 하락했다.

다만 신규수주는 4697억 원으로 삼성전자 평택 사무동(1차수, 450억 원), 대웅제약 나보타 공장(약 529억 원), 대웅바이오 공장(618억 원) 등 비주택부문 매출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향후 안정적인 실적을 기대케 하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또한 규모가 큰 편이지만 분양률 및 만기구조 분포 등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코오롱글로벌 PF 우발채무는 1조1752억 원이다. 김해 율하지역주택조합사업(3000억 원) 개시로 우발채무 규모가 증가했으나 해당 사업 분양률은 100%로 대금 회수 리스크는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연도별 만기도래 규모 또한 올해 4132억 원, 2024년 4420억 원, 2025년 이후 3200억 원으로 비교적 분산된 편이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보유 현금성자산, 공사대금 회수 스케줄 등을 감안하면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지속적인 원자재가 상승 부담에 따른 원가율 악화로 주택·건축부문 수익성이 둔화됐지만 비주택부문 매출액이 증가하며 장기 성장 모멘텀을 구축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미분양 및 PF 등 주택 관련 리스크가 대폭 감소하고 비주택부문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바탕으로 한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주택부문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해 사업의 주요 축으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수주다변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해외사업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