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셋,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신수출시장 확보·우크라이나 재건
유럽시장 등 교역 상대국 다변화…반도체·전기차·배터리·에너지 협력
ITPP 체결, 나토 軍정보망 '바이시스' 가입…대테러·사이버방위부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10~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 기간동안 총 13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 및 회동을 가졌다.

이는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 후 다녀온 다자회의 중 양자 정상회담으로는 가장 많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5차례의 다자회의 기간을 가졌고, 여기서 총 40번의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번 나토정상회의 계기로 진행한 양자 정상회담들의 주요 성과에 대해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신수출시장 확보, (최대 1조 달러 이상 투입 규모인)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첫 키워드인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는 핵심광물 및 소부장 공급망 등으로 나뉘는데 이 첨단산업은 반도체-전기차 배터리-에너지 공급망 강화로 이어진다.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빌뉴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리투아니아 대통령 주최 공식만찬에서 각국 정상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7.12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계기 양자회담에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는 반도체 제조 노광장비 1위 기업인 ASML의 한국 투자를 강하게 요청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도레이첨단소재 등 일본 소부장 업체들의 한국 투자계획을 논의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유럽 최대의 희토류 광산이 소재한 스웨덴, 유럽 최대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한 포르투갈, 핵심 니켈 생산국인 핀란드와 핵심광물 협력 등 전기차-배터리 공급망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에너지 공급망의 경우 수력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하여 그린수소 생산·저장·운송에 강점이 있는 노르웨이와는 한국의 수소차 등 수소 활용 기술을 결합하여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의 한국 투자를 계기로, 한국과 노르웨이는 해상풍력 분야 협력을 비롯해 탄소 포집·저장 기술과 같은 녹색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두번째 키워드인 신수출시장 확보에 있어서 윤 대통령은 최근 많은 유럽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을 착안해, 신규 원전 도입 계획이 있는 네덜란드·헝가리·루마니아·스웨덴 정상에게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설명하며 원전 협력을 제안했다.

한국의 신수출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방위산업 분야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르웨이·루마니아·허가리·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정상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신수출시장 확보와 맞물려 유럽 인프라시장 진출 논의에도 진전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루마니아가 추진 중인 흑해 최대 항만인 콘스탄차 항만 개발사업에 부산항만공사를 포함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고,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마지막 세번째 키워드인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은 최대 1조 달러 이상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재건을 위한 원조사업 마셜플랜에 버금가는 규모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가진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의 접견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한미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의 허브가 될 폴란드에서도 정상 간의 논의와 더불어 한국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인 진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간담회에는 한국 건설사 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건설을 이끌 IT 기업, EDCF 등 금융을 지원할 수출입은행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최 수석은 브리핑에서 "양자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협력 의제들은 관련 부처,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팀 코리아 활동을 통해 체계적인 후속 조치를 진행하여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의 교역 상대국 다변화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유럽 시장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13개 양자 정상회담이 있었고 그 중에 8명의 정상과 새로 정상회담을 했다, 대통령이 물꼬를 트면 그 뒤에 장관과 관련 기관들이 나서서 더 가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오전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장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3.7.11. /사진=연합뉴스


경제분야 외에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동안 윤 대통령이 올린 안보외교 성과는 적지 않다.

지난 11일 윤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한국-나토 안보 협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바로 한국이 나토와 11개 분야에 걸친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을 통해서다. 윤 대통령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함께 ITPP 문서를 맞교환했다.

한국-나토 간 ITPP 문서는 11개 분야에서 이행 계획을 세부적으로 담고 있다. 11개 분야는 7개 주제 및 4개 협력 추진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7개 주제는 대테러, 군축-비확산, 신흥기술, 사이버 방위, 과학기술, 기후변화 및 안보, 여성평화 안보로 나뉘고 그 추진 방식으로는 대화와 협의, 역량 개발과 상호운용성 강화, 상호운용성을 위한 실질 협력, 공공외교 병행이 꼽힌다. 7개 주제에 대해 4가지 방식을 혼용하겠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된 11개 분야의 이행계획이다.

이번 ITPP 체결 및 문서 교환으로 한국과 나토는 안보연대 협력 범위를 기존 전통적인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에서 데테러-사이버방위-방위산업 등 포괄적 글로벌 수준으로 넓혔다.

특히 군사정보 공유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나토의 정보망 체계인 '바이시스'(전장정보 수집활용 체계) 가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군사정보 공유는 대테러 및 사이버 방위와 관련된 정보들부터 공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