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 잼버리 취소 후 야영장 침수·화장실 비위생·식단 부실·폭염 겹쳐
최다 참가국 영국·미국 등 철수…운영은 조직위·기반시설은 전북 책임
배수시설 불가능한 농업용지에 야영장 세워 '파행'…6년간 1402억원 써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태풍 '카눈'이 한반도로 북상함에 따라 8일 오전 10시부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새만금 야영지로부터 수도권으로 비상대피한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한국 정부는 예상되는 태풍의 영향 때문에 조기에 현장을 떠나기로 결정한 대표단에 지원을 확대하고 참가자들이 한국 다른 지역에서 잼버리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약속했다"며 "정부는 출발 계획과 참가자들을 유치할 장소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태풍 '카눈'의 한반도 북상을 대비해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컨틴전시 플랜'(긴급 대체 플랜)을 보고받고 점검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결국 개최지인 전라북도를 떠나 서울에서 마칠 예정이다.

정부는 8일부터 12일까지 남은 4박 5일동안 참가자 숙박 및 잼버리 프로그램에 대해 전적으로 부담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비상계획은 7일 오후 6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전국 시도지사 회의를 통해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결국 이번에 열린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게 그나마 우호적이고, 대한민국의 글로벌 이벤트 유치사에서 참담한 '흑역사'로 끝날 전망이다.

당초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선정된 후, 무려 6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회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유치에 힘써왔고, 유치 후 기반시설 마련 등 대회 집행을 주관해온 전라북도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가 개막한 지난 1일 서브캠프에 텐트들이 일부 설치돼있다. 2023.8.2 /사진=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당초 전북도가 그린 새만금 잼버리대회의 장밋빛 청사진은 초록색 대지에 넝쿨식물이 우거진 '풍성한 숲'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사전 행사인 프레 잼버리대회가 취소된 후 야영장 침수가 잇따랐고, 정작 본대회가 열린 뒤에는 화장실 비위생을 비롯해 식단 부실, 폭염이 겹치면서 최다 참가국인 영국이 가장 먼저 철수하고 미국 대표단은 평택 미군기지로 철수하는 등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이번 잼버리대회 실패는 애초에 배수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농업용지에 야영장을 세워 야기됐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이다.

지난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본부가 '새만금 잼버리 행사 즉시 중단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예견된 참사"라며 "새만금 잼버리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그 정치적 잇속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북본부는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 전라북도, 민주당 정치인들은 새만금 잼버리 행사를 빌미 삼아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며 "이렇게 졸속 추진된 새만금 신공항 사업의 실상은 미군기지 제2활주로 건설 사업이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새만금 잼버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 직접 챙길만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행사였다.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잼버리 유치 관련 예산 증액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

이번에 세계 각지에서 모인 각국 대표단이 현장에서 가장 힘들어했던 배수 및 폭염 문제 또한 지난 2016년 타당성 조사에서 지적된 문제다. 당시 전북도는 그 대책으로 나무를 심겠다고 했으나, 아무런 조치 없이 이번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특히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서 가장 문제였던건 바로 돈 문제, 예산이다.

준비기간인 2018~2023년간 예산은 1171억 1500만원이 들어갔다. 이 중 세금만 720억원에 달한다. 이후 정부-지자체 예비비 및 특별교부세 231억원이 투입되면서, 총 사업비는 1402억 15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집행 지출이 확인된 1171억 1500만원 중 740억원은 잼버리 조직위 운영비로 쓰였다. 이번에 가장 큰 논란을 빚은 기반시설 조성에는 235억 4200만원이 쓰였다. 야영장 조성에 129억 3600만원, 직소천 활동장 조성에 36억 3700만원, 대집회장 조성에 30억원이 사용됐다.

잼버리 주최 측은 지난 6년간 조직과 예산 확대만 주장해 왔고, 그동안 새만금 야영장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는 뒤로 밀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한국에서 개최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평을 듣는 1991년 고성 세계잼버리 대회 예산은 98억원이었다. 새만금과 유사하게 갯벌 매립지에다가 야영장을 세운 2015년 일본 세계잼버리 예산은 380억원이었다.

전북 새만금의 경우, 일본보다 3배 이상의 예산을 쓰고도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향후 책임 소재를 놓고 거센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