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넘어 전국으로…지자체·기업·대학·종교계까지 '총력 지원' 나서
6년간 '준비 제로'…정부, 국조실 감찰·감사원 감사·검찰 수사 착수할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11일 다사다난했던 12일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극한 폭우가 내린 후 기록적인 폭염이 열악한 시설과 평탄한 야영장을 강습했다. 화장실과 그늘막 등 전방위적으로 모든 야영 여건이 부족한 가운데, 스카우트 대원들은 고초를 겪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 방만한 운영이 결국 파행으로 치닫게 했다.

역대급으로 준비 부재와 열악한 시설, 운영 미숙이 돋보였던 잼버리 대회였다.

영국 및 미국 대표단을 시작으로, 급기야 개최지였던 전북 새만금을 떠나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뿔뿔이 전국에 흩어져 개별 프로그램을 소화할 정도로 참담한 실정이었다.

기반시설 준비를 맡은 전라북도, 운영을 총괄한 대회 조직위, 조직위 지원 등 주무부처였던 여성가족부 모두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대장정의 끝은 달랐다. 정부의 개입과 기업 등 민간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최악으로 치달았던 상황을 모면했다. 가히 '반쪽의 실패'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탈바꿈한 대목이다.

대장정의 마지막은 대한민국이 최첨단을 달리는 K팝 슈퍼스타들을 내세워, 전세계에서 모인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아흐메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5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을 열고 "지난 며칠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며 "쉽지 않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K팝 슈퍼라이브 공연을 앞두고 입장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2023.8.11.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알헨다위 사무총장은 폐영 선언 직후 환송사를 통해 "여러분은 시련에 맞서고 이것을 오히려 특별한 경험으로 바꿨다"며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특히 알헨다위 사무총장은 이날 모인 4만여 스카우트 대원들을 향해 "그 어떤 행사도 이렇게 많은 도전과 극심한 기상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다"며 "역사상 어떤 잼버리도 여기 있는 스카우트와 같은 결단력, 창의성, 회복력을 보여준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 이 모임은 우리가 떠나기 전에 다시 모일 수 있도록 해준 주최 측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며 "한국 스카우트와 대한민국 정부, 무엇보다 한국 국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폐영사를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장 차림에 스카우트 스카프를 매고 "한국 정부가 모든 대원이 안전한 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대회 기간 내내 기후변화로 인한 유례없는 폭염과 태풍 등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이 어려움을 겪은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날 폐영식에 이어 K팝 슈퍼콘서트가 끝나는 대로 국가별 일정에 맞춰 숙소로 이동해 개인 정비 시간을 갖은 후, 출국을 시작한다. 일부 국가 스카우트 대원들은 한국에 며칠 더 머물며 지역 문화 체험 등 계획된 일정을 갖는다.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는 향후 대원들의 출국을 위한 차량 배정과 수송을 지원할 방침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구체적이다.

감사-감찰-수사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이어진 배경과 그 근본 원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진상이 규명되는대로 정치인이든 담당 공무원이든 해당 지자체든 정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법적으로, 금전적으로 말이다.

6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상태는 역대 최악이었다. 잼버리 대회의 근본을 파괴하는 개최측의 고의적 행위였다.

새만금에는 이미 간척이 완료된 땅이 있었지만 이를 외면했고 아무 것도 간척된게 없는 다른 땅을 지정해 농업용지로 탈바꿈하고 중앙정부 지원을 받는데 급급했다.

SOC 인프라 구축 등 국고 지원금을 받기 위한 명분으로 새만금 잼버리 대회 유치를 내세웠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차후 이러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낱낱이 물을 것으로 보인다.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K팝 슈퍼라이브 공연을 앞두고 입장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2023.8.11.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잼버리 대회가 열린 야영장, 현장은 전쟁이었다.

막상 대회를 열고보니 화장실과 샤워장은 턱없이 부족했고, 위생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한낮 폭염에 잼버리 병원 병상은 부족했다. 참가자가 받은 달걀은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먹을 생수와 전기도 부족했다.

농업용지인 야영지는 배수가 되지 않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거대한 한증막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을 한계에 부딪히게 했다. 모기와 벌레가 괴롭히는건 예삿 일도 아니었다.

이 모두가 다 직접적인 책임을 따져야 하는 위중한 사안이다.

그나마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전국적인 잼버리 대회로 전환시킨 것은 전적으로 기업-대학-종교계 등 민간의 공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후원물품과 숙소 제공이 잇따랐고, 전국 곳곳에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잼버리 대회 참가국 대원들을 위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한 전국의 수많은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직접 사과를 표하고, 환대했을 정도였다.

이미 참담한 상황은 벌어졌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모습으로 간신히 수습됐다. 재차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드시 책임을 묻고 사안을 명백하게 규정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