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30일 연금 개편안 국무회의 의결 후 31일 국회 제출
더 짧아질 2041년 수지적자 시점 '시한폭탄'...침묵해야 정치적 이익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포퓰리즘 행태, 결국 24개 시나리오 담아
   
▲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저는 지난 대선 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과거 정부들과 달리 연금개혁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행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국민 의견조사, 선택 방안의 제시 등을 철저히 준비하고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연금개혁의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위와 같이 말하면서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이뤄내기 위해 착실히 준비해왔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께 드린 약속을 지키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연금개혁이 이루어질지 '미지수'다.

역대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했던게 바로 국민연금 개혁이기 때문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만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아래 정부 주도로 '절반의 개혁'을 이룬 바 있다. 그것도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설정을 바꾸는 '모수 개혁'에 한해서다.

앞서 국민연금은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대상으로 도입됐다. 1999년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해 현재 25년째 시행 중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기본 생존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로써 국가가 보험의 원리를 도입하여 만든 사회보험의 일종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모든 국민을 가입대상자로 하여, 개인의 위험부담을 사회연대의 원리에 따라 공동부담으로 위험을 분산시켜 나가는 사회보장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근로자 은퇴 후 연금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자기가 낸 보험료보다 많이 받는 수급구조를 특징으로 갖고 있다.

현 윤석열정부 120대 국정과제로 꼽힌 '국민연금 개혁' 과제의 공식 목표 2가지는 이러한 특징을 담아 ①'사회적 논의를 통해 연금 개혁을 추진해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 체계 구축', ②'국민연금 지속가능성과 공정성 제고 및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상생의 연금 개혁 추진'이다.

   
▲ 2023년 10월 19일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문제는 인구구조다.

역피라미드로 바뀌고 저출산 및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금 지속가능성을 놓고 회의적 전망이 점차 커진다. 2020년 12월 기준 2211만명으로 총 가입자 정점을 찍었지만 2022년 2192만명, 2025년 2153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에 기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인 15∼64세의 인구는 2021년 3713만 명이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반대로 고령인구인 65세 이상의 인구는 2021년 853만 명이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주목할 점은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연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기대수명 증가로 인해 고령인구는 205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00만 명을 정점으로 찍은 후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와 노년부양비 증가는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생산연령인구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부담을 높이게 된다.

정부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재정전망은 지난 3월 31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이다.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수지적자 시점'(해당년도 지출이 총수입보다 커지는 시점)인데, 이는 이번 5차 재정계산에서 2041년으로 예측됐다. 앞으로 불과 18년 남았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 2041년이라는 국민연금 시한폭탄은 필연적으로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이라는 숨은 복병 때문이다.

0.78까지 떨어진 2022년도 초저출산율 이후, 저출산 현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수지적자 시점을 2041년이 아니라 최소 2037~2038년으로 앞당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게 더 현실적인 전망치라는 지적이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에 의문만 짙어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청년세대의 연금 재정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하기 위해 '지급보장 명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관련 법률에 명시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미션임파서블'이다. 국회와 정부가 한 뜻을 모아 대대적인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2~3년에 한번씩 선거가 열리는 한국의 정치공학이라는 현실을 보면, 정치적 합의라는 묘수를 누가 두고 누가 응할지 불투명하다.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공론의 장에 먼저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는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침묵의 포퓰리즘'이 작동한다.

청년세대로 내려갈수록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불응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개혁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동안 어떻게 대응하고 결단할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