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지난 8일 첫 방송돼 4회 차를 맞은 SBS '덩치 서바이벌-먹찌빠'는 서바이벌을 표방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나른한 일요일,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딱 걸맞은 진풍경으로 안방을 찾는다.

방송에서는 연예계 대표 10인의 '덩치'(서장훈, 박나래, 이국주, 풍자, 신기루, 신동, 나선욱, 이규호, 최준석, 이호철)들이 모여 미션을 해결하고 우승 팀을 가리는데,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케미스트리와 멤버들의 언행이 피식피식 웃음을 새긴다.

매 회차 '먹찌빠'(먹자! 찌지도 빠지지도 말고!)의 궁극적인 미션은 팀원들의 체중을 합한 값이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게 하는 것이다. 멤버들은 이 의미도 교훈도 없는 미션에 맹목적으로 몰입하고, 그 속에서 화합하는 한편 친근하게 경쟁한다.

프로그램은 무의미한 목표에 목을 매는 기획과 이를 담담하게 따라가는 출연진의 모습에서 웃음을 담보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체중 감량을 하거나 어떠한 목표로 증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팀원끼리 잘 조율해서 체중의 합을 유지해보라는 것이다. 실속 없는 단합대회의 기획이 먼저 실소를 터뜨리고 본다.


   
▲ 사진=SBS '덩치 서바이벌-먹찌빠' 방송 캡처


이후 이어지는 미션들은 기상천외하고 어처구니없는 콘셉트의 향연으로 웃음 연계를 완성한다. 먹는 소리를 듣고 음식의 정체를 맞힌다거나, 드론에 매달린 음식의 정체를 맞힌다거나, 상추쌈을 맛본 뒤 그 안의 20가지 재료를 맞힌다거나… 비만인의 생(生)에서 공통분모인 음식이라는 주제를, 10명의 덩치들은 아낌없이 공유한다. 신체적 결함과 치부는 유감없이 드러내고, 서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공감 토크를 만끽한다. 

이들은 망가지는 데에도 거리낌 없는 베테랑들이어서 임팩트 강한 장면들을 대량 생산, 단 4회 만에 강력한 팬덤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했던 '무한도전'의 장수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그들의 티키타카를 덧붙여서 보면, 시청자들은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겨운 냄새를 맡고 싶어하는 듯하다. 꾸밈없이 체면을 내려놓고 그때그때 웃을 수 있는 상황에 집중하는 사람들. 한껏 유치해지고 엉뚱해지는 친구들. 경쟁하듯 웃음의 틈만 엿보고 있는 형제들… 이들의 한심해질 용기가 아름다운 성찬을 만들어내 시청자에게 대접한다.


   
▲ 사진=SBS '덩치 서바이벌-먹찌빠' 방송 캡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심화된 비만 시대 속, 과잉 섭취를 조장 및 정당화 한다거나 잘못된 식습관을 주입한다는 비판이 있을 순 있다. 수많은 '먹방'의 폐해이자 식품 산업이 소비자들을 길들여온 방식이다. '먹찌빠'가 공익적 측면에서 아주 무해하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예능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한 덕분에 시청자들이 현실을 잊고 웃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능 하나를 챙겨보는 데에는 대단한 주제의식이 필요치 않다. 거창함이나 깊이도 필요 없다. 웃음의 소재에 성역을 둘수록 웃음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먹찌빠' 제작진은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구성원들의 끈끈한 단합력과 화목한 분위기, 타율 높은 웃음이 즐거울 뿐이다. 예능은 그러면 됐다. 무성의한 콘셉트 복제가 이뤄지는 예능 홍수 속에서, '먹찌빠'는 시청자들을 위한 나름의 서비스를 다하고 있다.


   
▲ 사진=SBS '덩치 서바이벌-먹찌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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