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 등 중흥그룹 도약의 중심축
'중흥S-클래스' 10대 건설사 독무대 서울 공략
중견건설사 지형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외형 확장으로 대형건설사 반열에 오르는가 하면 사세가 기울면서 오히려 뒷걸음치는 등 지각변동이 심했다. 이에 미디어펜은 시공능력평가를 비롯해 재무상태와 사업구조 등을 토대로 2023년 11월 현시점 '중견건설사 4인방'(DL건설·대방건설·중흥토건·태영건설)을 제시하고, 각사들이 새롭게 부상한 저력을 내밀하게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新중견4인방③-중흥토건]40돌 중흥그룹 선봉장…대우건설 인수 효과도 '톡톡'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창립 40주년을 맞은 중흥그룹이 지역·중견 건설사라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21년 말에는 당시 시공능력평가 5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건설업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괄목할 만한 성장에는 창업주인 정창선 회장과 아들 정원주 부회장의 노력을 비롯해 중흥토건이라는 든든한 중심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이 자리한 중흥그룹 사옥./사진=중흥그룹

◆'지역·중견' 껍질 깨고 대형 건설사로 성장

17일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올해 3분기 건설업계 관심도에서 17개 건설사 중 12위에 올랐다. 더불어 국내 비수도권 거점 건설사 10곳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는 뉴스·SNS·기업·단체·정부·공공기관 등 12개 채널 23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관심도를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이같은 중흥그룹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인지도는 지방·중견 건설사라는 선입견이 어느정도 깨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1983년 그룹 창립 이후 4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중심에 중흥토건이 있다. 중흥토건은 1994년 중흥건설의 자회사로 세워진 뒤 그룹의 주요 공사를 맡아 나갔다. 2010년만 해도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00위권 바깥이었으나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더니 2017년(35위)을 기점으로 모기업인 중흥건설(39위)까지 앞질렀다. 

올해는 지난해 18위에서 3계단 오른 15위를 기록했다. 시공능력평가액은 2조6498억 원으로 50위인 중흥건설 8329억 원의 3배를 넘는다. 

중흥토건의 실적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흥토건은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1조3187억 원, 영업이익 113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8.6%, 19.7%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48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0% 늘었다. 

   
▲ 별도기준, 단위 : 원(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중흥토건 앞세운 대우건설 인수, '신의 한 수' 되다 

중흥그룹은 중흥토건의 성장세를 앞세워 대우건설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지난 2021년 12월 9일 KDB인베스트먼트(KDB산업은행)에 2조1000억 원을 지불하며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됐다. 

중심축에는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이 있었다. 중흥토건이 40.6%, 중흥건설이 10.15%의 대우건설 지분을 각각 확보하는 방식으로 인수가 이뤄졌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자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는 말이 나왔다. 대우건설은 1973년 창사 이래 대한민국 건설 역사를 써내려간 건설사다. 2021년 당시 시공능력평가액은 8조7290억 원이다. 중흥토건(2조585억 원)과 중흥건설(1조1302억 원)을 합친 평가액의 2배를 훌쩍 넘었다.

때문에 중흥그룹 인수 후 아파트 브랜드 가치 하락 등 대우건설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노조 등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중흥그룹이 회사 경영에 간섭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고용안정과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지난 6월 정원주 부회장이 대우건설 회장직에 올랐으나 경영 참여보다는 해외 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해외 각국을 돌아다니며 사업 수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7600억 원으로 창사 후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 인수된 이후에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의 적극 지원에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KDB산업은행 시절보다 더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중흥그룹 역시 대우건설을 품에 안으며 자산 20조 원이 넘는 올해 재계순위 20위의 어엿한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같은 결과로 인해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두 회사가 상생한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 사진 왼쪽 두번째)와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오른쪽 사진 앞줄 가운데)./사진=중흥그룹

◆정창선·정원주 부자, 대를 이은 건설업계 주역

지금의 중흥그룹이 있기까지 정창선 회장과 정원주 부회장의 공이 컸다. 정창선 회장은 2010년대 당시 주택경기 침체로 주춤거렸던 건설사들과 달리 과감하게 세종시 개발에 나섰다. 결국 주택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중흥그룹은 세종시에 1만 가구 이상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었다. 

정 회장이 중흥그룹을 반석 위에 올려놨다면 정원주 부회장은 중흥그룹에 날개를 달아줬다. 중흥토건을 이끌며 그룹의 주요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한 대우건설 인수도 해내며 그룹의 지위와 명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두 사람은 건설업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창선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을 맡은 바 있다. 특히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불어닥친 건설 불황 타개에 힘썼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정원주 부회장이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정원주 부회장은 지난 1월 정부에 미분양 해소를 위한 건설사 지원 등을 호소하는 등 침체된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흥그룹·중흥토건의 새 과제 '서울 공략'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한 중흥그룹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10대 건설사의 독무대나 다름없는 서울 정비사업지에 중흥S클래스의 깃발을 꽂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흥S-클래스의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흥그룹은 2018년 '영등포 중흥S-클래스'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서울 진출을 위한 스텝을 밟고 있다. 내년에는 '강동밀레니얼 중흥S-클래스'가 준공될 예정이다. 천호1구역을 재건축해 연면적 3만8508㎡ 부지에 지하 5층~지상 40층 규모의 주상복합 빌딩 4개동을 짓는다. 시공사는 중흥건설이다. 

중흥토건 역시 올해 상반기 신월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따내며 서울 정비사업 수주를 신고했다. 중흥토건은 올해 6개 도시정비사업지에서 총 6071억 원의 수주액을 기록, 올해 수주 목표인 1조 원에 다다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은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지금 같은 기세를 유지한다면 서울에서도 브랜드와 시공능력 등 경쟁력을 갖춘 건설사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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