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빅텐트 불씨 키웠지만 후보 단일화 파열음만
당내 내분으로 분열…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여부 놓고 막판 진통
홍준표·김상욱에 손짓한 李, '극우'라는 약한 고리 흔들며 金 압박
[미디어펜=김소정 기자]6.3 대통령선거를 시작하면서 ‘빅텐트’ 이슈는 국민의힘에서 먼저 시작됐다. 

무소속 예비후보로 나섰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기치로 내걸었던 ‘개헌 연대’는 국민의힘 당원투표 결과 경선 1위 김문수 후보가 승리하면서 한 전 총리의 후보 사퇴로 좌절됐다. 

이후 김 후보는 후보등록 일성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려면 빅텐트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면서 한 전 총리에게 선대위원장을 제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게다가 아직까지 한동훈계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 등을 요구하면서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당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빅텐트가 형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범진보정당이 대선후보를 내지 않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 선언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맡았던 이석연 변호사, 이회창 전 총리의 참모를 맡았던 ‘보수 책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경북 안동 3선이자 유승민계였던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과 경북 칠곡 3선 이인기 전 한나라당 의원이 합류했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국민의힘이 벌인 어설픈 후보 단일화 실패와 이로 인해 여러 갈래로 파장이 일면서 당 내부 단결도 안되고 있는 점이다. 

과거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에도 당시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에 성공해 그 기반으로 대통령이 됐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던 것처럼 후보 단일화는 선거의 최대 성공 조건이다. 그런 만큼 철저한 준비 속에 무르익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도, 급박한 선거 국면에서 무리하게 추진해 오점을 남겼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문구가 붙은 운동화를 신고 있다. 2025.5.12./사진=연합뉴스

앞서 한 전 총리는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개헌 연대를 약속한 바 있다. 한 전 총리가 최종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어 이 고문과 연대에 성공했을 경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연대까지도 가능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바로 ‘개헌 연대’란 명분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김 후보의 경우 ‘반이재명’만 외치는 상황이라 빅텐트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현재 국민의힘은 당 외부세력과 연대를 해서 외연확장을 하기는커녕 당내 결속도 힘이 드는 상황이다. 

경선에서 낙마한 뒤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연일 국민의힘 이전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으며, 홍준표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도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한동훈계 의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탈당보다 제명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여전히 선대위 밖에 머물고 있다.    

이제 국민의힘이 온전히 단결할 수 있을 지를 결정할 마지막 관건은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김용태 신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가 선대위에 들어오고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 가담한 정호영 전 국방부 장관과 같은 강성 보수가 합류하려다 무산된 상황에서 당의 쇄신을 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한민국교원조합 대선 정책제안서 전달식에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 2025.5.15./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진보정당 연대와 가능한 보수진영 인사들 영입을 일찌감치 끝내고 국민의힘의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15일 느닷없이 보도된 홍준표 초대 총리설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이 후보가 홍 전 시장을 향해 “낭만 정치인”, “막걸리 한잔 하자” 등의 발언을 내놓았지만 초대 총리설은 다소 파격적이다. 양측에서 “사실무근”이라 선을 그은 상황이지만 홍 전 시장 지지자들이나 보수 일각의 표심을 흔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날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한 무소속 김상욱 의원에게 이 후보는 “입당해서 함께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이후 ‘1인 시위’를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해온 인물이다. 

이 후보는 비상계엄 직후부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보수 표심을 흔들어왔다. 이제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이라고 몰면서 김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이날 각 정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가 6%포인트 오른 반면, 김 후보는 2%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석 후보는 유지세를 보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14일 조사한 결과 이재명 후보 49%, 김 후보 27%, 이준석 후보가 7%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어느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재명 후보 당선을 전망한 응답이 68%, 김 후보 당선 전망은 19%였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