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사들, 한동훈이 대선 이후 당권 쥘까봐 노심초사”
“대선 승패엔 별 관심 없어…패배 책임 피할 프레임도 짜둔 것”
안철수·김문수·김용태 동시 러브콜…투표용지 인쇄해도 추진할 듯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들어 국민의힘에서 연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에게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21일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이 후보에게 차기 당권을 제안하며 단일화를 촉구했다는 취지의 폭로가 개혁신당에서 나왔다. 

이동훈 개혁신당 공보단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요즘 국민의힘 인사들이 이준석 후보 측에 단일화를 하자며 전화를 많이 걸어온다. 대부분 친윤계 인사들이다. 이분들은 ‘당권을 줄테니 단일화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 식의 말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제는 늘 같다. 대통령 후보는 김문수로 가자는 것이다. 이들의 단일화 주장에는 두 가지 의도가 깔려있다”면서 “첫째, 대선 이후 당권 구도를 염두에 둔 계산이고 둘째,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알리바이 만들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분들은 한동훈이 대선 이후 국민의힘 당권을 쥘까봐 노심초사한다. 차라리 이준석이 당권을 가져가는게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또 “혹여 대선에서 지더라도 ‘이준석이 단일화를 거부해서 졌다’는 프레임을 미리 짜두려는 것 같다. 책임을 나눌 사람을 찾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1일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가 열린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행사에 참여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5.21./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하지만 지난 일요일 TV토론 이후 내부 여론조사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양자대결 구도에서 특히 그렇다. 김문수 후보로는 이재명을 이기기 어렵고, 이준석 후보라면 승산이 있다는 느낌이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공보단장은 “조만간 공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될 것이다. 오는 23일 TV토론을 거치면 이런 흐름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결국 다음 주 이런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과 이재명이 맞붙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낸 논평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와 함께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영화를 관람한 것을 언급하며 “윤석열이 공개행보를 이어가는 한 대선의 프레임은 점점 ‘윤석열 심판론’으로 선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공보단장은 “진심으로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김문수 후보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 수많은 여론조사가 증명하듯 김문수 후보의 지지층은 이준석 후보에게 갈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정말 나라를 생각하고, 이재명 총통의 등장을 막고 싶다면 김문수 후보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특단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꼽으며 단일화에 대한 낙관론을 폈다. 그는 “우리당에서 대표를 하다가 나간 이준석 후보가 있다. 이 후보는 우리 국민의힘과 정책도 다르지 않고, 나 이상으로 국민의힘의 여러분들과 잘 알고 있다. (단일화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대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 후보의 유세 현장을 직접 찾아 단일화 설득에 나섰다. 안 위원장은 이 후보의 ‘학식 먹자 이준석’ 행사가 열린 경기도 성남 가천대 학생식당을 방문해 함께 식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만 안 위원장과 이 후보의 이날 만남에서 단일화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만남 직후 기자들에게 “제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다”며 “(이 후보가) 만약에 당(국민의힘)으로 오시면 제가 나이로는 선배지만 잘 모시겠다는 정도의 얘기를 했다. 모든 최종 결정은 이 후보에게 다 맡겼다. 최종 판단은 이 후보가 할 것”이라고 전했다.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오른쪽)가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5.5.21./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 제공]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후보를 향한 글을 올리고 “우리는 결국 힘을 합쳐야 한다”며 “보수 본가가 고쳐 쓸 수 없는 집이라면, 그 자리에 더 좋은 집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이 후보와 조우하기도 했는데, 이 후보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언론에 공개할 정도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야기할 것”이라면서 “저도, 이 후보도 큰 틀에서 여러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단일화 성사의 마지노선이 언제인지’를 묻는 질문에 “시점에 대해서는 저희가 설정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선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인 25일 이전까지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날 김 비대위원장 발언은 별도의 시한을 두지 않고, 선거 직전까지라도 단일화 성사를 위해 계속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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