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대선 어디 왔나]허위사실공표 '맞고발'전…'선거법 개정' 무색
2025-05-26 15:20:52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시흥 거북섬’ 논란·‘민주화운동 보상금 거부’ 발언·부정선거론 모두 ‘행위’에 해당
민주당의 허위사실공표죄 개정 추진 '독' 됐나...TV토론 직후 여야 간 고소·고발전
“선거에서 유권자 판단 그르치게 하는 거짓말 행위 처벌 못하면 문제”
민주당의 허위사실공표죄 개정 추진 '독' 됐나...TV토론 직후 여야 간 고소·고발전
“선거에서 유권자 판단 그르치게 하는 거짓말 행위 처벌 못하면 문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6.3 대통령선거가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26일 현재 대통령후보들의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후보들의 TV토론이 네거티브 공세를 벌이다가 토론이 끝날 때마다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했다며 허위사실 공표로 맞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경기도 시흥시 거북섬 소재 인공 서핑장 ‘웨이브 파크’ 조성사업을 비판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후보와 나경원·박성훈·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지난 24일 시흥시 유세에서 자신이 경기도지사 시절 웨이브 파크 조성을 한 것을 치적으로 내세우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이재명표 행정의 초대형 실패작”이라고 공세를 편 것에 대응한 것이다. 이준석 후보와 국민의힘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현재 “거북섬 상가 공실률이 87%에 이른다”며 이재명 후보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엔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유튜브에서 “민주화운동 보상금 10억원을 거부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2012년 대선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댓글 조작으로 국민여론을 조작했다는 측면에서 (부정선거라고) 한 것이다. 투·개표 조작 차원에서 부정선거는 아니다”라고 주장하자, 이를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시 이재명 후보가 SNS에 “수개표로 개표 부정 방지해야”, “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라고 올린 글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또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과 ‘해운사 HMM 직원들이 회사의 부산 이전에 동의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라고 지적하며 지난 25일 경찰에 고발했다.
이처럼 각당이 허위사실공표에 대해 고소·고발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지난 14일 민주당이 주도해 허위사실공표죄 중 후보자의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공포되면 후보자가 과거 자신의 ‘행위’에 대해 거짓말을 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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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대 대선을 열하루 앞둔 23일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 대선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5.5.23./사진=연합뉴스 |
현행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은 선거 당선을 목적으로 연설·방송·통신 등의 방법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죄가 되는 요건 중 ‘행위’를 삭제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자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관련 규정을 없애려고 시도하면서도 그 규정을 이용해 고소·고발전을 벌이고 있으니 개탄스럽다는 여론이 커진다.
민주당의 공직선거법 개정 시도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선거에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상범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와 조배숙·송석준·곽규택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행위’를 삭제하면 사실상 허위사실 유포를 전면 허용하자는 것이다. (허위사실 유포) 행위로 재판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허위사실공표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조항이 “정치의 사법화를 이끄는 대표 독소조항”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 허위사실 공표 처벌 요건에서 ‘행위’가 삭제되면 선거에 나서는 후보 토론회에서 아무리 거짓말을 하더라도 처벌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런 까닭인지 이번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유난히 네거티브가 성행하며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은 지난 12일 6.3대선과 관련해 선거사범 총 83건, 162명을 수사한 결과 금품수수, 허위사실공표, 공무원 선거 관여, 선거 폭력, 불법단체 동원의 5대 선거범죄에 대해서 수사한 129명 가운데 허위사실유포가 80%가 넘는 104명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법정에서 거짓말하면 처벌 받는 위증죄, 경찰이나 검찰에서 거짓말하면 처벌 받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함께 ‘거짓말’에 대해 형사처벌 받는 대표적 법률 조항이다.
세가지 죄목 모두 해당 사안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게 하려는 범죄에 대해 처벌하는 것으로, 특히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그르치는 것을 표현의 자유란 명목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는 거짓말 행위를 처벌하지 못하게 되면 대단히 문제가 된다”며 “자신의 당선을 목적으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흑색선전과 자신에 대한 허위 과장 등이 난무하면 선거 분위기가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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