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유가가 리터당 2000원 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석유 최고 가격 지정제(가격상한제) 도입 검토에 나섰다. 이는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만에 추진되는 고강도 시장 개입 조치로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한 정부의 긴급 처방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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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유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0분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 당 1894.86원으로 집계됐다. 경유는 1917.34원으로 휘발유 값을 추월하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일부 대도시 지역은 이미 기름 값이 2000원 선에 바짝 다가서며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석유 판매가격 최고액 지정' 도입을 위한 법리 검토와 시장 영향 분석에 착수했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자마자 국내 기름값이 즉각 폭등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물가안정법 제2조에 근거한 이 제도는 정부가 직접 판매 상한가를 고시해 시장 가격을 강제로 억제하는 방식이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가 30년 만에 다시 소환된 셈이다.
과거 정부들은 유가 급등기에 주로 시장 경쟁 촉진이나 세금 감면 방식을 택했다. 2012년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 2000원을 돌파했을 당시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 등 경쟁 유도로 대응했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치로 확대하는 간접 지원에 집중했다.
반면 현 정부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현재의 비상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직접 통제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점진적으로 줄여왔던 유류세 인하 폭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과 비축유 방출 등 다른 대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유가 상한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가적 위기 상황을 틈탄 매점매석이나 부당한 폭리는 공동체의 안녕을 해치는 반사회적 악행"이라며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한 만큼, 정부 합동 점검반의 고강도 단속도 병행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선 우려의 시각도 흘러나온다. 주유소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판매를 중단하거나 운영을 단축할 경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기름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석유사업법에 따라 정부의 가격 제한으로 입은 사업자의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한다는 점도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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