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치킨 시장의 표준이 호수보다 중량으로 재편되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양을 줄이는 '슈링크 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규제 대상이 아닌 중소 프랜차이즈까지 자발적으로 중량 공개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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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랑통닭 후라이드 치킨. 사진=노랑푸드 제공. |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입된 치킨 중량제 의무 고지 대상은 국내 치킨 시장 점유율 약 40~45%를 차지하는 상위 10개 브랜드에 한정돼 있다. 나머지 55~60%에 달하는 중소 브랜드와 개인 사업자들은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의무 고지 대상에서 벗어난 프랜차이즈들이 자발적 참여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최근 가이드라인 도입에 맞춘 노랑통닭 등 일부 브랜드의 선제적 정보 공개는, 깐깐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투명성'을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내세운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양에 예민해진 상황에서 정보를 숨기는 것이 꼼수로 비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치킨 중량제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해묵은 무게 논란이 있다. 지난해 일부 브랜드가 순살 제품 중량을 조리 전 기준 700g에서 500g으로 줄인 사실이 알려지며 정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내세운 소비자 권리가 시장 전체에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브랜드에만 쏠린 규제의 형평성과 가맹점주의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면 모든 브랜드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이 고지 의무에서 빠진 상태에서 특정 브랜드만 규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슈링크 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각인되면서 해당 브랜드 가맹점주의 피로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3위 내에 드는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을 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그간 정직하게 장사해왔는데 정책 도입 이후 '중량이 맞느냐'며 의심 섞인 문의를 하는 손님이 늘어났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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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hc치킨 매장 외관 전경./사진=bhc치킨 제공 |
◆ 영양성분 의무화도 '냉소'..."규제보다 상생 모델이 우선"
내년부터 시행될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에 대해서도 시장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일부 주요 프랜차이즈에선 어린이 기호 식품 규정에 따라 열량과 나트륨 정보를 자율적으로 제공해오고 있다.
실제로 맥도날드 등 햄버거 업계는 어린이 세트 메뉴 등을 통해 정교한 고지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치킨 업계 역시 대중적 소비 패턴에 맞춰 정보 공개를 확대해왔다. 이미 정착된 자율 시스템을 강제 규제로 전환해 행정적 부담만 늘리는 것이 실질적인 외식 시장 환경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치킨 중량제와 영양성분 표시제가 시장의 진정한 신뢰를 구축하는 수단이 되려면, 규제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현장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물류와 IT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류 센터 단계에서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중량 선별 시스템을 구축, 지원하는 방식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시장 환경 개선을 규제로만 몰아가선 안된다"며 "판관비 급등으로 한계에 내몰린 가맹점의 생존을 돕는 실질적인 상생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지불한 돈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를 찾는다"며 "중소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가이드라인과 상생 모델을 정립해나가는 것이 치킨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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