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요구 확산 속 책임 범위 촉각…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업계 긴장
[미디어펜=조태민 기자]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구조가 깊은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노조가 중대재해와 불법 고용, 불법하도급, 임금체불 등 이른바 ‘4대 악’의 책임을 원청에 물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현장 노무 이슈가 원청 건설사의 교섭 부담과 경영 변수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 25일 업계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건설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가 확산되며, 건설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이미지생성=제미나이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건설노동조합 전북지역본부는 전날 전주종합경기장 사거리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건설현장 4대 악을 근절해야 한다”며 원청 건설사의 책임 강화를 촉구했다. 노조는 중대재해와 불법 고용, 불법하도급, 임금체불이 여전히 현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진짜 사장인 원청을 상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움직임은 지난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가 이어지는 흐름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하청업체 중심으로 처리되던 현장 노무 이슈가 원청과의 교섭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노조 역시 주요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교섭 요구 절차에 착수한 상황으로, 초기 대응 단계에 머물던 현장 요구가 점차 공개적인 압박 형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장 차원의 갈등이 개별 하청업체를 넘어 원청의 관리 책임과 교섭 책임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업계도 관련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건설업은 공종별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산업이다. 원청이 공정 관리와 안전, 작업 방식 등에 일정 부분 관여하는 반면, 고용관계는 하청업체에 분산돼 있다.

공정 간 연계가 촘촘하고 작업 일정이 긴밀하게 맞물리는 특성상 원청의 관리 범위와 영향력이 일정 수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보다 사용자성 판단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결정’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장 단위에서 발생하던 임금체불과 안전, 노무 갈등이 원청과의 교섭 문제로 확대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로젝트별로 계약 구조와 공정 조건이 상이한 건설업 특성상 일률적인 교섭 대응이 쉽지 않은 데다, 교섭 단위와 책임 범위에 따라 본사 차원의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향후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전국 단위로 확산될 경우 현장 운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다수 하청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에 한해 판단된다는 점에서, 향후 현장별 교섭 과정에서 적용 범위를 둘러싼 해석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은 공정과 계약 구조가 현장마다 달라 원청이 일률적으로 교섭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제도 취지와 별개로 현장 혼선이나 추가적인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향후 적용 범위를 둘러싼 기준 정립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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