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결정의 순간들: 포니에서 IPARK까지 50년의 기록 ④ 민간 도시개발의 정점, '해운대 아이파크'와 스카이라인의 변화
수정 2026-06-05 13:53:03
입력 2026-06-05 13:53:14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황무지였던 수영만 매립지… 부의 지도를 바꾼 '마린시티'의 비하인드
"성냥갑은 안 된다" 거장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영입과 곡선 설계의 모험
오륙도 조망권이 쏘아 올린 하이엔드 주거 문화… 민간 디벨로퍼 역사에 한 획
"성냥갑은 안 된다" 거장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영입과 곡선 설계의 모험
오륙도 조망권이 쏘아 올린 하이엔드 주거 문화… 민간 디벨로퍼 역사에 한 획
[미디어펜=조태민 기자]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부산 해운대 우동 수영만 매립지는 거친 바닷바람만 몰아치던 황량한 땅이었다. 컨테이너 야적장과 가설 건축물이 뒹굴던 그곳을 보며 대다수 자산가와 대형 건설사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염분 섞인 바닷바람이 치는 매립지에 누가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살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HDC그룹(IPARK현대산업개발)의 판단은 달랐다. 올해(2026년) 발간된 50주년 사사《결정의 순간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해운대의 버려진 땅을 부촌으로 탈바꿈시킨 '해운대 아이파크' 건설 당시의 결단의 순간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사사는 이 프로젝트를 "시장이 만들어준 땅이 아니라, 건설사가 스스로 가치를 창조해 낸 민간 디벨로퍼의 승리"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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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대 아이파크 전경./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 ||
■ "성냥갑 아파트는 집어던져라"… 거장과의 만남
정몽규 회장과 현대산업개발이 해운대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내린 결단은 '기존 한국식 아파트 구조의 전면 거부'였다. 서울 강남을 빽빽하게 채운 사각형 성냥갑 구조로는 해운대 바다의 잠재력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HDC는 9·11 이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부지 재건 마스터플랜을 맡은 세계적인 건축 거장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를 영입했다. 리베스킨트는 해운대 바다의 파도, 바람을 가르는 범선의 돛, 한국 전통 사찰의 처마선에서 영감을 얻어 직선이 아닌 곡선 외관을 제안했다. 당시 내부 기술진의 반대는 상당했다. 최고 72층, 292m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사각형이 아닌, 대칭성이 깨진 곡선으로 올리는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바람의 압력을 견디는 내풍·내진 설계는 물론, 외벽에 들어가는 수만 장의 곡면 유리를 한 장씩 다르게 맞춤 제작해야 하는 등 시공 난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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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대 아이파크 공사 당시 모습. 회사는 최고 72층 규모의 곡선형 초고층 단지를 시공하며 부산 마린시티의 스카이라인 변화를 이끌었다./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 ||
■ PF 압박과 부도의 경계선에서
조감도와 달리 현장은 매 순간이 위기였다.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압박이 회사를 죄어왔다. 분양이 지체되거나 시공에 차질이 생기면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사에는 "당시 매일 아침 전 세계 금융 시장의 동향과 분양률 그래프를 확인하며 피를 말리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는 경영진의 고백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물러서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거실 창밖으로 광안대교와 오륙도가 펼쳐지는 조망권의 가치를 앞세운 인테리어와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하며 시장을 설득했다.
■ 상류층의 주거 패러다임을 바꾸다
2011년 완공된 해운대 아이파크는 베일을 벗자마자 전국의 자산가들을 부산으로 불러모았다. 인근 초고층 단지들과 함께 '해운대 마린시티'라는 초고층 주거 타운을 형성하며 주거 지형을 바꿨다. 해운대 아이파크의 성공은 지방 아파트가 서울 강남에 견줄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제1편에서 짚었던 '압구정 현대'가 중산층 아파트 문화의 시작이었다면, '해운대 아이파크'는 자산가들에게 레저와 휴양, 주거가 결합된 초고층 주거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프로젝트였다. 사사는 해운대 아이파크의 성공을 복기하며 이렇게 마무리한다. "건설업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건물을 올리는 시공에 있지 않다. 아무도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던 땅에 디자인과 기획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도시 문화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HDC가 추구해 온 디벨로퍼의 본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