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이대로 좋은가④]'FOMO' 극대화…도박처럼 주식하는 개미들
수정 2026-07-08 14:42:31
입력 2026-07-08 14:42:38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나만 뒤처질라" 조급함이 낳은 '빚투' 가속화…고스란히 시장 리스크로 확산
국내 증시 코스피 지수가 '1만스피'를 꿈꿀 정도로 단기간에 폭등했지만, 상승폭이 컸던 만큼 많은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노정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양극화는 물론 코스피 시장 내에서도 종목별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투자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 지수가 코인시장 이상의 변동성을 띠게 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1만스피'를 꿈꾸는 코스피 시장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달 19일 장중 9385.5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현재 또 다시 8000선 밑으로 내려와 있다. 지수는 매일 같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고 있어서 가장 강력한 시장안정조치 중 하나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도 더 이상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내 증시 역사를 통틀어도 총 12회밖에 발동된 적 없는 서킷브레이커는 아직 2026년이 절반 남짓 지났을 뿐인데도 올해 6번이나 발동됐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얼마나 커져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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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9일 장중 9385.5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현재 또 다시 8000선 밑으로 내려와 있다. 지수는 매일 같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고 있어서 가장 강력한 시장안정조치 중 하나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도 더 이상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사진=김상문 기자 | ||
고작해야 1년 정도의 시간동안 코스피 지수가 2500에서 9300까지 튀어오르는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FOMO(기회상실 공포)라는 심리적 덫에 덜미를 잡혀 있다. 오죽하면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가 코스피 지수 폭등과도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가설이 제기될 정도다. 변동성을 추종하는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코인 시장에서 자금을 빼 한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것 아니냐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이 마치 거대한 도박장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본지 기획기사 3부('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득실 논란 왜?')에서 짚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역시 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대형주들의 주가가 마치 코인 가격처럼 널뛰고 있는 동안 시장의 건전성과 예측가능성 또한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현재의 자금 흐름은 건전한 자산 형성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베팅'의 패턴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FOMO에 휩싸인 개인 투자자들의 광풍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일정 기간 돈을 빌리는 '외상 투자'의 대표적 형태다.
금융투자협회 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빌려 투자한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담보융자를 합친 금액은 일평균 약 62조원 수준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거대한 변동성의 폭풍에 휩싸인 7월 현재도 이 같은 '빚투' 행렬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 '빚투 잔치' 속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최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이자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그런 가운데 투자자들이 지고 있는 빚의 '질'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가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통상 1~3개월) 대출이라면, 위탁매매 미수금은 이틀 뒤 대금이 결제되기 전까지 증권사에 돈을 일시적으로 빌려 주식을 사는 '초단기 외상'이다. 외상값을 사흘째 되는 날까지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투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감행한다.
현재 미수금 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형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국내 증시의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4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수가 계속 해서 급등락하는 변동성 장세가 연출되자 당장 투자할 자금이 없는 개인들이 '초단기 대박'을 노리고 미수거래 단추를 무차별적으로 누른 결과다. 문제는 미수금 증가가 필연적으로 반대매매라는 대가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초단기 미수 거래는 비단 개인 투자자 본인의 파산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를 하방으로 끌어내리는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증시의 '체력'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 이달 들어 투자자예탁금은 112조원 선까지 밀려나며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자산 시장의 전반적인 유동성이 소폭 둔화하거나 3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이는 와중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에 코스피·코스닥 도합 4조원에 육박하는 순매수세를 기록하며 시장의 물량을 받아내는 중이다.
이는 주식시장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기보다는 이미 들어와 있는 개인들이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등 가용한 모든 레버리지를 일으켜 '영끌 베팅'을 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FOMO 증후군이 소셜미디어(SNS)와 각종 리딩방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타인의 수익률을 자신의 '불안도'로 치환하는 현상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1년간 주식시장에 유입된 투자자들은 소위 말하는 '하락장'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라고 짚으면서 "건전한 금융 및 투자교육이 부재하는 현실의 공백을 FOMO 심리가 가득 채운 것으로 보여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