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토론회..."지난 1년 반성하고 규제 완화해야...명분 쌓기용 안돼"
수정 2026-07-13 10:20:21
입력 2026-07-13 09:35:39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14~16일 부처별 토론 이어 23일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
"6.27 등 억제책 반성 없이는 새 대책도 같은 궤도" 지적
세재개편 코 앞 촉박한 일정에 "명분 쌓기용 쇼" 우려도
"6.27 등 억제책 반성 없이는 새 대책도 같은 궤도" 지적
세재개편 코 앞 촉박한 일정에 "명분 쌓기용 쇼" 우려도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부처별 토론회는 물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대토론회'까지 마련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는 취지다.
정작 시장에서는 "이미 결론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 출범 이후 이어져 온 규제 일변도 대책에 대한 반성이 토론회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토론회에서 좋은 의견이 나온다고 한들 반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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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공개 토론회를 마련한다.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재정경제부가 각각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진행하고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대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 ||
◆14~16일 부처별 토론 후 23일 대통령이 직접 대토론회 주재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지난 10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재정경제부가 각각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대토론회'를 직접 주재한다고 밝혔다.
김용범 실장에 따르면 세제 개편안은 늦어도 8월 초까지는 발표해야 하며, 14~16일 부처별 토론회와 23일 대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최종안에 반영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대토론회 개최 소식이 보도됐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관련 부처와 청와대 참모진에 주요 쟁점들을 뽑아 사전 공지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쟁점은 △적정 보유세 수준 △실거주 1주택과 비거주·다주택 간 차등 여부와 정도 △초고가 실거주 주택의 별도 처리 여부와 기준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 △보유세수의 용도 등이다.
◆"큰 그림과 철학 먼저 밝혀야"…"단기주택 공급 및 규제완화 필요"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진 교수는 "우리 자녀 세대들의 미래까지 책임져야 하는 게 주택 공급"이라며 "그런 것까지 아우를 수 있는 큰 그림이 나올 수 있도록 토론회 준비가 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의견을 단순히 경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가 먼저 재정 여건과 정책 철학의 방향을 분명히 밝힌 뒤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출 확대 요구처럼 실현하기 어려운 희망사항만 쏟아지고 정작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토론회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향성뿐 아니라 곧바로 시장에 반영될 수 있는 구체적 실행 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주택공급이 그렇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토론회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사안으로 "단기 주택 공급 확대"와 "이주비 대출 확대 등 규제 완화"를 꼽았다. 재건축·재개발 속도 조절을 명분으로 이주비 대출까지 옥죄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시급히 필요한 대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하 9.7대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에는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며 수도권 공공부지와 노후 청사 등을 활용해 약 6만 가구 공급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지지부진한 데다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9·7대책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주체로 꼽힌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8개월간 사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각종 유휴 부지를 활용한다지만 상당수는 이전 정부들에서 이미 내놨으나 실현되지 못한 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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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 ||
◆"실수요자 옥죄기 그만"…지난 1년 규제 정책 반성이 먼저
기대감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요구는 기존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특히 지금까지 규제 일변도로 진행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설령 토론회에서 새로운 해결책이 모색된다고 한들 효과가 없을 뿐더러 토론회를 여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정부는 곧바로 같은 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하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일괄 제한하고, 은행권의 그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을 계획 대비 50% 줄이도록 했다. 이어 10월 15일 '부동산안정화 대책'(이하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10.15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화성 동탄, 구리, 용인 기흥 집값이 최근 크게 오르자 지난달 30일 이들 지역 역시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그럼에도 수도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임대차 시장 불안도 커지는 중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5년 가을 전세대란 이후 약 1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대토론회에서 제일 먼저 다뤄야 되는 건 자신 있어 했던 수요 억제 정책이 정말 시장을 이롭게 한 것인지에 대한 자성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윤 랩장은 "주담대 한도 제한, 토허제 지정, 자금조달계획서 및 1순위 청약 제한 등 촘촘한 규제에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잡히지 않았고, 오히려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서 더 밀려나는 부작용이 커졌다"고 짚었다. 그는 "정책 취지는 좋아도 결과를 보면 취약계층이 피해를 본다"며 6·27 대책 이후 전월세 가격까지 함께 오르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지난 1년간 정부 정책의 핵심이 "규제 강화와 수요 억제"였다고 짚으며 "이게 과연 과도한 것이 아닌가, 정책 목표를 앞으로 지속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인가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요 억제 정책의 효과성뿐 아니라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일관성 자체를 되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6·27 대책 이후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비거주 1주택·다주택자 규제, 양도세·거래세 인상 등 지금까지 나온 정책 전반이 사실상 토론회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부가 당초 '부동산을 잡는 수단으로서 세제 개편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 달리 세제 전반을 손대려는 방향은 스스로의 원칙과도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패널 구성과 시간표를 둘러싼 회의론
정책 내용에 대한 반성 요구와는 별개로 토론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패널 구성이 처음부터 정부 우호적인 인사 위주로 짜일 것이라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23일 토론회에 참석하는 전문가를 초청하면서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들보다는 친정부 전문가 위주로 편중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기가 시간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7월 말 정도 발표를 생각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세제 개편안이 이미 사실상 확정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렇게 되면 23일 대토론회에서 새로운 논의가 나오더라도 이를 세제 개편안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시간은 촉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논의된 내용이 실제로 개편안에 반영되려면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직접 방향 전환을 선언하는 수준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통령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통해 총론을 먼저 다룬 뒤 부처별 각론으로 가는 게 정상적인데 순서가 거꾸로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굳이 세제개편을 코 앞에 두고 수 백명이 모인 대토론회를 대통령 주재로 하겠다는 것은 세제 개편안을 위한 명분 쌓기용 요식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국민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 1년간의 규제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는 새로운 대책 역시 같은 궤도를 반복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세제 개편 방향의 논리적 정합성, 공급·대출 규제 완화 여부, 패널 구성의 균형성, 그리고 부족한 시간 속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정책 반영이 이뤄질지가 이번 대토론회의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 [이런 기사 어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