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I 성장률, GDP 대비 9.4%p↑…196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격차'
구조적 소득 증가 인식에 소비·투자 탄력 전망…"반도체 독식·양극화 제약은 과제"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끄는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 사례와는 질적으로 다르며, 소비·투자 등을 통한 내수 파급효과도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 한국은행은 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끄는 최근의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 사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부산 북항/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은은 19일 'BOK이슈노트: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반도체 경기 호조와 이에 따른 교역조건의 큰 폭 개선이 앞으로 내수 증가세를 지지하는 핵심 동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역조건은 수출 물가를 수입 물가로 나눈 값으로, 수출품 한 단위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뜻한다. 수입 물가가 내리거나 수출 물가가 오르면 교역조건이 개선됐다고 본다.

이런 흐름은 이미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DI) 통계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하는 GDI는 이보다 훨씬 큰 13.2% 늘었다. 우리나라가 실제로 만들어낸 것보다 사들일 수 있는 물건의 양이 훨씬 더 늘어났다는 뜻이다. GDI와 실질 GDP 성장률 간 격차는 9.4%포인트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은 이번 교역조건 개선 배경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0년대 이후 있었던 세 차례의 교역조건 개선기(2009년, 2015~16년, 2020년)는 모두 국제유가 등 수입 물가 하락이 원인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반도체 가격 강세에 따른 수출 물가 상승이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최근 반도체 경기 확장이 단순한 단기 수급 요인을 넘어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그 폭과 지속 기간이 과거 사이클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양호한 교역조건 흐름과 GDI의 견조한 증가세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로의 파급 효과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과거 유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됐을 때는 그에 따른 소득 증가가 일시적인 것으로 여겨져 소비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반도체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수출가격과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고 있어, 소득 증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 개선 효과도 강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까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형 수익 개선이 시차를 두고 투자로 이어졌다면, 이번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확대에 기반한 수익성 개선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한은은 이번 교역조건 개선의 수혜가 IT 등 특정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거시경제적 파급력을 일부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임금 상승과 자본이득이 한계소비성향과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소득·고자산층에 쏠려 있고, IT를 제외한 다른 산업은 업황 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비용 상승 압력으로 투자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반도체 산업 자체의 생산·고용유발효과가 낮고, 제조장비의 높은 수입 의존도와 해외직접투자 확대도 내수 파급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반도체 호조의 성과가 일부 산업·계층에 편중된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중장기 성장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부문의 성과가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여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통합·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