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3대 쟁점①-공급] 공급 늘린다며 수요는 죈다…착공 막는 정책 ‘엇박자’
수정 2026-07-20 16:48:45
입력 2026-07-20 11:48:58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수도권은 3중 규제·지방은 미분양과 PF 경색…병목 원인 제각각
서울 정비사업 이주비부터 풀고 인허가 아닌 착공·입주로 관리해야
서울 정비사업 이주비부터 풀고 인허가 아닌 착공·입주로 관리해야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출·거래 규제로 분양·매입 수요를 함께 누르면서 실제 착공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규제만 일부 완화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서로 다른 병목, 정비사업 금융과 사업성까지 함께 풀어야 계획 물량이 착공·입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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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출·거래 규제와 사업성 악화가 실제 착공을 막고 있다며 수도권 정비사업 금융과 지방 미분양·PF 문제를 구분해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사진=김상문 기자 | ||
◆ “짓겠다”보다 “막힌 길부터”…공급 현장서 규제 개선 요구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를 열고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현장 규제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아파트 사업자 대출·보증과 층수·연면적 제한,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과 매입가격 등 금융·건축·사업성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집중됐다. 공급 목표를 추가하기보다 인허가부터 착공·분양·입주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사업이 멈추는 지점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비사업에서는 이주비 조달과 임대주택 부담이 직접적인 지연 요인으로 거론됐다. 서울시도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완화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조정,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및 조합 설립 동의율 개선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 공급 늘리면서 수요는 억제…민간 착공 동력 약화
현장에서 제기된 규제 완화가 실제 착공 증가로 이어지려면 민간 수요와 사업성을 함께 복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도 이를 분양받거나 매입할 수요가 부족하면 사업자가 착공에 나설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인허가가 공급을 막는 주요 요인이었다면 현재는 위축된 민간 수요가 더 큰 문제"라고 봤다. 과거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비아파트도 수요가 공급을 뒷받침했지만 현재는 아파트 외 주택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대출과 다주택자 규제로 수요를 강하게 억제하는 정책 방향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 가능 물량을 늘리더라도 분양성과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착공으로 넘어가기 어렵고, 공공 공급만으로 민간 공급의 공백을 모두 메우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대출총량 규제가 주택 매입 자금뿐 아니라 정비사업 이주비와 전세자금대출 등 공급과 수요에 필요한 금융까지 일괄적으로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기 수요를 겨냥한 규제와 실수요·사업 금융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공급 부진의 핵심은 사업성 악화”라며 “공사비 상승과 PF 조달 부담, 분양성 저하가 사업을 멈추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은 ‘3중 규제’…지방은 미분양·PF에 막혀
공급이 막힌 원인은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수도권은 거래·대출 규제가 신규 분양과 정비사업 수요를 누르는 반면, 지방은 미분양 적체와 분양성 악화가 신규 사업의 자금 조달을 막고 있다.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5개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규제가 중첩되면서 기존 주택 거래뿐 아니라 신규 주택을 분양받으려는 수요까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이 본부장은 “수도권은 3중 규제를 일괄 적용하면서 신규 수요자가 기존 주택을 매매하거나 신규 주택을 분양받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지방은 준공 후 미분양 적체와 분양성 악화로 브리지론과 신규 PF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준공 이후에도 주택이 팔리지 않아 사업자의 자금 회수가 늦어지고, 택지 매입을 위한 브리지론과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도 어려워지는 구조다. 이에 수도권에는 거래·대출 규제 조정과 정비사업 금융 정상화를, 지방에는 미분양 해소와 PF 지원을 적용하는 지역별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서울 공급은 정비사업…이주비 막히면 착공도 지연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사실상 핵심 공급축으로 꼽힌다.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도심에서 주택 물량을 늘릴 현실적인 통로가 정비사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14일 토론회에서는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2249개 단지 가운데 실제 시공 단계에 들어간 곳이 약 7%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남권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추가분담금이 변수로 작용하고, 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은 분담금 부담과 낮은 분양가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다. 기존 거주자가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이주가 중단되고, 이후 철거와 착공 일정도 연쇄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김 소장은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 추가분담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주비·조합 대출과 주택 처분까지 제한되면 정비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조합 금융과 함께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조합원의 지위 양도 관련 규제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대열 본부장과 송 대표도 이주비 금융 정상화를 단기간에 착공을 늘릴 수 있는 우선 과제로 꼽았다. PF·브리지론 정상화와 사업계획 통합심의의 효율적 운영, 공공기여 및 임대주택 부담의 합리적인 조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업성을 높이는 대신 공공성을 확보할 장치도 필요하다. 금융 지원은 사업성과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정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적용하고, 세입자 이주 대책과 주택 품질 기준, 적정 수준의 공공기여를 조건으로 둬 투기 수요나 부실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인허가보다 착공·준공·입주…공급 관리 기준 바꿔야
정부의 공급 실적 관리 방식도 계획과 인허가 중심에서 실제 착공과 입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인허가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행정적 자격을 얻은 단계일 뿐 실제 공사가 시작됐거나 주택이 시장에 공급됐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인허가와 착공 물량 사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단 착공에 들어간 물량은 준공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급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하려면 인허가보다 착공을 핵심 지표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착공 물량과 공정률, 준공 예정 물량, 입주 실적을 분기별로 공개하고 정비사업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철거·착공까지 단계별 물량과 지연 원인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독·다가구와 아파트·연립·다세대·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유형별 통계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체 공급 물량만으로는 어떤 주택이 어느 단계에 있고 언제 시장에 나오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와 후속 대책도 공급 목표를 추가로 제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수요·정비사업 금융과 지방의 미분양·PF 문제를 구분해 해법을 제시하고, 법령 개정과 구체적인 시행 일정까지 뒤따라야 실제 착공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평가다.
송 대표는 “후속 대책에는 공급 목표보다 실제 착공을 늘릴 실행 방안이 담겨야 한다”며 “정비사업 금융 정상화와 인허가 기간 단축을 구체적인 일정과 함께 제시해야 공급 확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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