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10억인데 주담대 한도 3억 ‘기습 단축’…2030 무주택자 잔금 대란 비상
"전세대출은 갭투자 주범" 명분에 갇힌 규제…정작 벼랑 내몰리는 임차인 주거 복지
3중 과세 논란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 실효성 도마…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 억제 의견도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집값은 치솟고 전월세는 불안하다. 부동산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자 오는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에서 국민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금융위원회가 진행한 토론회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정부로서는 가계부채 증가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켜야 하는 딜레마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에서 논의된 주제 중 △청년 등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확대 △전세대출 △총량 규제 및 거시건정성 관리 부담금 등 3가지 이슈를 짚어보며 다가올 대토론회에서 과연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했다. 

   
▲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등을 억제하면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주택담보대출 옥죄기에 커지는 반발…"청년 서민 주거 사다리 치우지 마라"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였다. 이는 수도권 규제 지역뿐만 아니라 비규제 지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해 6.27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한도가 최대 6억 원으로 일괄 제한된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한도를 낮춘 것이다. 은행이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연말에 가까운 시기가 되면 한도를 제한하는 움직임은 일상적이다. 하지만 7월이라는 이른 시기는 이례적이다. 또한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들도 같은 스텝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갑작스런 대출 축소에 내 집 마련을 위한 자본이 턱없이 부족한 2030 청년과 서민들은 "주거 사다리가 사라졌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0억4000만 원에 달한다. 게다가 집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한도가 늘기는커녕 반토막이 난 건 아예 집을 사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도 줄이기는 은행들이 가계부채 억제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 중에서 주담배 비중은  63% 수준인 1178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도 갑작스런 대출 축소로 인해 무주택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계약 시점 당시에는 대출 자격을 충분히 갖췄던 실수요자라도, 은행이 예고 없이 한도를 축소하면 잔금 시점에 대출이 막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같은 우려는 모아놓은 자금이 적은 청년층에 집중된다. 박합수 교수는 "20~30대는 생애주기상 소득이 꾸준히 늘어나는 연령대인 만큼 한도를 오히려 한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한도 확대를 주장한 이대열 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집값이 오른 만큼 축소된 정책모기지 한도를 최소한 원래 수준까지 회복시켜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지만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주담대 제한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돈을 빌리는 처지에서는 최대한 많은 대출을 받길 원한다"며 "하지만 이들이 집단화되면 집값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등 생애최초 대출자에게 혜택을 몰아주면 결국 다른 대출 수요자가 밀려나는 구조"라고 진단하며 대출 억제로 인한 청년층 등의 반발은 피할 수 없다고 봤다. 

◆전세대출, 무주택자 주거안정 위한 갭투자 조장인가

주담대가 축소돼 집을 사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은 주거를 위해 전세냐 월세냐를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보통 전세대출 금리가 월세 전환율보다 낮으므로 전세대출 이자를 마련하는 게 월세를 내는 것보다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대출 역시 주담대처럼 제한을 받고 있다. 전세대출이 갭투자를 부추기면서 전셋값은 물론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5일 토론회에서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비투기지역의 취약계층 대상 전세대출 확대에는 동의하면서도, 투기지역에 대한 확대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반대했다. 자기자본 없이도 대출을 통해 주거서비스를 소비하게 만드는 전세대출의 구조 자체가, 공급이 고정된 시장에서는 수요만 늘려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서민 주거 복지를 위해 전세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주택자 이상 전세대출은 이미 막혀 있고, 1주택자도 한도가 계속 축소되는 상황에서 정작 피해를 보는 건 무주택 서민이라는 이유에서다. 토론회에 나온 김원장 삼프로TV 부사장은 "전세대출 없이는 서울에서 살 만한 아파트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이를 투기적 수요로 몰아붙이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세대출만큼은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전세대출을 다주택자의 갭투자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무주택자인 임차인을 낭떠러지로 밀고 있다는 우려다. 박합수 교수는 "그동안 정부의 전세 정책은 소유자·임대인 위주로만 결정돼 왔다"고 지적하면서 "이 사이에 낀 임차인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정부와 임대인이라는 소유주 간의 관계 안에서 정책이 결정되다 보니 정작 임차인은 소외되고 배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전세난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무주택자의 어려움은 가중된다는 것이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주담대 받으면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까지 지불?…"차라리 금리를 올려라"

또한 주담대와 관련 15일 토론회에서 가장 이목을 끈 의제는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제안한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이었다. 고가주택 담보 차주, 다주택자, 거액 다량 대출자 등에게 대출액의 일정 비율로 부담금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김영도 연구위원은 △0~5억 원 미만 0% △5억~15억 원 미만 1.0% △15억 원 이상 2.0%를 예시로 들었다. 15억 원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주담대 6억 원을 받았다면 자기부담금은 1200만원의 부담금이 매겨지는 구조다. 

기존 주담대·전세대출 규제가 '얼마나 빌릴 수 있는가'를 제한하는 방식이라면,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은 한도는 그대로 둔 채 '얼마나 비싸게 빌리는가'로 대출 수요를 누르면서 집값까지 잡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거시건정성 관리 부담금 시행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종합부동산세 등 별도의 목적을 가진 세금 체계가 있음에도 부담금까지 또 얹는 것은 사실상 3중·4중 과세라는 이유에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 저항이 클 뿐 아니라 정작 고가주택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자산가들에게는 별다른 억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교수는 "차라리 종합부동산세의 공정가액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수치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0억 원을 빌려 2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경우 1%의 거시건정성 관리 부담금은 연 10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체감할 만한 효과를 내려면 5% 이상은 부과해야 하는데, 이 경우 종합부동산세와 맞먹는 부담이 되면서도 애초에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자산가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기존 주담대·전세대출 규제든 거시건정성 관리부담금이든 대출 옥죄기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만 어려움을 겪을 뿐 가격은 잡히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세돈 명예교수는 "과거 30년간 한국의 부동산 가격과 기준금리 흐름을 볼 때 금리를 올리면 예외 없이 집값이 하락했다"며 "지금부터 최소 150bp를 25bp씩 순차적으로 인상하되 미국 금리보다 높은 수준까지 올려야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8%까지 근접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여부에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