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콘크리트 상위 1%가 시평액 31.9%…중위업체는 10억 원대
하도급사 선정·보증심사에 활용…중·하위 업체 제한된 공사에 몰릴 수도
[미디어펜=조태민 기자]1만 곳 넘는 업체가 경쟁하는 전문건설 공종에서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가 업종 전체의 최대 31.9%를 차지한 반면 중위업체는 10억 원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시평 체급이 하도급사 선정과 보증심사에서 업체의 공사 접근 범위에 영향을 주는 만큼, 업체가 몰린 공종의 중·하위 업체들이 제한된 규모의 공사를 두고 경쟁하면서 수주 기회의 격차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1만 곳 넘는 업체가 경쟁하는 전문건설 공종에서도 상위 1%가 시평액의 최대 31.9%를 차지해 체급 격차가 수주·보증 기회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2일 대한전문건설협회가 공시한 ‘2026년도 전문건설업 시공능력평가’를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지반조성·포장공사업과 철근·콘크리트공사업에서 상위 1% 업체의 시평액 비중은 각각 25.3%, 31.9%로 집계됐다.

시평액은 건설사의 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해 산정한다. 공사 발주 과정의 입찰자격 제한과 시공사 선정뿐 아니라 신용평가와 보증심사 등에 활용된다. 전문건설사의 경우 하도급사 선정과 보증심사 과정에서 업체의 공사 수행 능력과 체급을 판단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업체 수가 가장 많은 지반조성·포장공사업에는 총 1만2758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상위 1%에 해당하는 128개사의 시평액이 업종 전체의 25.3%를 차지했다.

철근·콘크리트공사업은 집중도가 더 높았다. 전체 1만2368개사 가운데 상위 1%인 124개사가 업종 시평액의 31.9%를 차지했다. 업체 100곳 중 1곳에 해당하는 상위권이 전체 시평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도장·습식·방수·석공사업에도 1만1132개사가 등록됐다. 이 업종의 상위 1%가 차지한 시평액 비중은 13.3%로 지반조성·포장이나 철근·콘크리트보다 낮았다. 다만 업체 수로는 1%에 불과한 상위권이 업종 시평액의 10% 이상을 차지해 체급이 고르게 분포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상위권 집중과 함께 중위업체의 낮은 체급도 확인됐다. 업체를 시평액 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지반조성·포장공사업 업체의 시평액은 16억8000만 원이었다. 조경식재·시설물공사업의 중위 시평액은 11억5000만 원에 그쳤다.

시평액이 비슷한 중·하위 업체들은 참여할 수 있는 공사 규모도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업체 수가 많은 공종일수록 다수의 중소 전문건설사가 한정된 규모의 하도급 공사를 두고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등록업체가 43개사인 철도·궤도공사업의 중위 시평액은 1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조경식재·시설물공사업 중위값의 약 9배 수준이다. 업체가 수천 곳에서 1만 곳 넘게 몰린 공종과 비교해 중간 체급 자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종별 업체 수 격차도 컸다. 지반조성·포장과 철근·콘크리트, 도장·습식·방수·석공사업에는 각각 1만 곳이 넘는 업체가 등록됐지만 철도·궤도는 43개사에 불과했다. 승강기·삭도공사업은 356개사, 수중·준설공사업은 409개사였다.

업체가 적은 공종이 곧 소수 업체 중심의 시장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철도·궤도공사업 1위 업체가 업종 전체 시평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8.7%, 승강기·삭도공사업 1위 업체는 12.0% 수준이었다.

업체 수가 적은 공종보다 다수 업체가 참여한 공종에서 상위층 집중과 낮은 중위값이 함께 나타난 점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외형상 경쟁 업체는 많지만 시평 체급이 작은 중·하위 업체는 하도급사 선정과 보증심사에서 상대적으로 큰 공사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비슷한 규모의 공사에 다시 몰리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힌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시평액은 하도급사 선정과 보증심사 등에 활용되는 만큼 업체 간 체급 차이가 실제 수주 기회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업체가 많은 공종일수록 중소 업체들이 한정된 규모의 공사를 놓고 경쟁하면서 체급 격차가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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