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서로 원하는 이름 불러주고 주적 표현 멈춰야”
李 “선의대로 되기보다 상황에 더 영향 받아 나쁜 결과 초래할 수도” 지적
통일부, 유엔총회 계기 평화체제 논의 4자 대화 추진...외교부는 "시기상조"
조현 장관 “통일부의 '페이스메이커 플러스' 안 NSC에서 합의된 것 아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남과 북이 서로 이름 불러주기’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라며 “정쟁에 휘말리면 오히려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잘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진행된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서 정 장관이 통일부 하반기 계획안에 북한에 대해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부르는 방안이 포함되자 이 대통령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선의가 선의대로 되기보다 상황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남북관계에 특히 이런 게 있는 것 같다”면서 “내가 취임 때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얘기하니까 안보를 포기하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의대로 하는 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인지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다”면서 “상황이 안 좋으니까 통일부로선 어려울 거다. (그래도) 고민 많이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이 보고한 남북협력기금 제도를 정비해 비무장지대(DMZ)와 접경지역에 평화경제특구를 만들고 지원하는 사업과 민간통일운동 활성화 및 북한학 연구 생태계 복원 등에 사용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남북협력기금과 관련해 “써야지 다시 채워질텐데 쓸 일이 없으니까 그대로 기금이 남아 있다는 말인데 시행령을 바꿔서 용도를 확장하는 것에 일리가 있지만, 통일부 판단과 달리 반대하는 쪽에선 반대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부처간 조정해서 결과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 밖에 접경지역 활성화 및 단절된 남북철도를 다시 복원해나가기 위해 지난 10년간 중단된 ‘경원선 복원 사업’을 재개한다고 보고했다. 현재 경기도 연천에서 끊긴 철로를 오는 2027년 말 백마고지까지 20.6㎞ 연결하고, 또 백마고지에서 남방한계선 월정리까지 9.3㎞ 구간을 2029년까지 연결해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와 북한의 평강역을 연결한다는 취지다. 현재 북한에서는 비무장지대 바로 위쪽 평강에서 원산 및 갈마관광역까지 경원선 철도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경원선 복원 공사는 지난 2015년 8월 박근혜 정부가 착공해 부지매입과 설계를 완료하고 노반공사도 3% 진행됐다. 하지만 다음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여파로 공사를 중단된 바 있다.

또한 정 장관은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면서 이 대통령의 오는 8.15 경축사를 계기로 구체적인 발전 구상을 제시하기를 기대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특사를 적극 활용해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의 전부처 협력을 의미하는 ‘페이스메이커 플러스’안이 포함됐다. 

정 장관은 오는 9월 유엔총회 계기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착수하고,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아태공동체 번영에 기여하는 평화체제 논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어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우리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도 언급했다.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왼쪽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오른쪽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2026.8.5./사진=연합뉴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통일부안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유엔총회나 선전 APEC 계기 남북 교착 상태를 풀어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통일부안에 담긴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해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아직 그럴 단계가 오지 않았다. 좀 디스카운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페이스메이커 플러스’안과 관련해서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토론을 거쳐서 합의된 결정 문안이 아니다”라며 “각 부처에서 독자적인 안을 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통령께서도 오늘 ‘보고했다고 그대로 되는 건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그게 함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방경제포럼과 관련해선 “외교부에서는 매년 러시아측의 행사나 외교적 초청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 그것은 외교부가 해야 할 일인데, 이것을 북한과 연계시켰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이 보고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 및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와 관련한 한미 간 협의와 관련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9월 유엔총회와 11월 선전 APEC 정상회의 계기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그 전에도 만날 계기가 있을 것이다. 필요하면 계기를 만들어서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장관은 전날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와의 면담 때 스틸 대사의 남편인 숀 스틸 변호사가 동행한 것과 관련해 “남편분이 (대사와) 함께 와서 ‘이혼도 안 하고 45년을 살았다’고 자랑하길래 ‘저도 비슷하다'고 답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숀 스틸 변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을 지내는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인사로 평가된다. 

조 장관은 또 “(남편분에게) ‘잘 오셨다, 앞으로 미국 정계에 필요하면 우리정부가 당신을 잘 활용하겠다고 전했고, 본인도 ’아주 기꺼운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