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릴란드 로와야도–제일라 30㎞ 도로 감리…112만9426달러·27개월 계약
기술·가격 종합평가 1위…최저가 넘어 전문 역량으로 경쟁
에티오피아 이어 소말릴란드…중견 엔지니어링의 아프리카 진출
한국의 해외건설은 건설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건설사가 현장에 들어가기 전 도로의 노선을 정하고 교량을 설계하며 사업비를 계산하는 한국 기업들이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제대로 짓고 있는지 감독하고 때로는 발주처를 대신해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한다. 홍익기술단·동명기술공단·삼안·경동엔지니어링·동성엔지니어링·한국해외기술공사(KCI) 등이다. 이들의 이름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시아·아프리카·남태평양의 도로와 교량, 도시 인프라 곳곳에 한국 엔지니어들의 설계도가 들어가고 있다. 미디어펜은 ‘K-엔지니어링, 세계를 설계하다’를 통해 세계 인프라 시장의 앞단을 개척하고 있는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들을 추적한다. [편집자주]
   
▲ 한국 중견 엔지니어링 기업 홍익기술단은 아프리카 소말릴란드의 로와야도–제일라(Lowyaddo–Zeila) 도로 30㎞ 구간 건설감리 계약을 확보했다./사진=AI 생성 이미지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도로를 만드는 현장에는 시공사 외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 기업이 있다. 설계를 검토하고 자재와 시공 품질을 확인하며, 공사 일정과 비용을 관리하는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도로가 설계와 계약 조건에 맞게 만들어지도록 감독하는 건설감리도 이들의 영역이다.

한국 중견 엔지니어링 기업 홍익기술단은 아프리카 소말릴란드의 로와야도–제일라(Lowyaddo–Zeila) 도로 30㎞ 구간에서 이 역할을 맡는 계약을 확보했다. 수조원 규모의 해외 건설공사와 비교하면 계약금액은 작지만, 한국이 수출하는 인프라 기술의 범위를 보여주는 사례다.

▲도로를 짓는 과정에 필요한 또 하나의 기술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의 공식 낙찰문서에 따르면 소말릴란드 도로개발청은 로와야도–제일라 도로 30㎞ 구간의 건설감리 수행자로 홍익기술단을 선정했다. 기존 도로를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개선하는 사업이다.

감리 계약금액은 112만9426달러, 계약기간은 27개월이다. 전체 도로 건설사업비가 아닌 홍익기술단의 감리용역 계약액이다. 공식 문서에는 계약 시작일이 2026년 5월 2일로 명시돼 있다.
감리는 공사가 끝난 뒤 결과만 확인하는 업무가 아니다. 공사 과정에서 설계와 기술시방서에 맞게 작업이 이뤄지는지 살피고, 품질과 공정·비용을 관리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발주처가 기술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이 사업의 공개 과업에도 설계 검토, 도면과 시방서에 따른 시공 확인, 자원의 효율적 활용, 계약금액과 공사기간 내 사업 완료를 위한 관리 등이 포함됐다.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는 자재의 품질이나 시공 방식, 설계 변경 등이 완공 이후 성능과 유지관리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감리는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기준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제공하는 것은 공사 자체뿐 아니라 이러한 전문 서비스이기도 하다.

▲더 낮은 가격이 있었지만…종합평가에서 1위

이번 계약은 기술과 가격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인 QCBS(Quality and Cost Based Selection)를 통해 선정됐다. 발주처가 용역의 기술적 수준과 제안 가격을 종합해 계약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공식 낙찰문서에는 총 5개 제안서의 평가 결과가 공개돼 있다. 홍익기술단은 기술평가 86.04점, 최종 종합평가 86.961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홍익기술단보다 낮은 평가가격을 제시한 업체도 있었지만, 최종 순위에서는 홍익기술단이 앞섰다.

이 결과는 해당 입찰이 단순히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을 고르는 경쟁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엔지니어링 용역에서 발주처가 구매하는 것은 도면과 보고서에 담긴 결과물뿐 아니라 사업을 수행할 전문 역량이다.

물론 한 건의 평가 결과만으로 한국 엔지니어링 전체의 경쟁력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입찰에서는 한국 중견기업이 국제 경쟁을 거쳐 기술과 가격을 합산한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대형 시공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기업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외 인프라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0㎞ 도로 너머의 국제 교통망

홍익기술단의 감리 구간은 소말리아·지부티 다국적 도로 개선사업의 일부다. 전체 사업은 지부티의 나가드에서 로야다·로와야도 국경지역을 거쳐 소말릴란드 보라마로 이어지는 교통축을 대상으로 한다. 홍익기술단이 맡은 것은 이 가운데 로와야도–제일라 30㎞ 구간이다.

개별 계약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감리 구간뿐 아니라 연결되는 교통망도 함께 봐야 한다. 국경을 잇는 도로는 지역 간 이동과 교역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이기 때문이다. 한 구간의 개선도 더 넓은 교통축 안에서 역할을 갖는다.

홍익기술단의 아프리카 도로사업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에티오피아 도로청이 발주한 아르시 로베–아가르파–알리–발레 로베(Arsi Robe–Agarfa–Ali–Bale Robe) 도로사업에서도 감리 계약을 확보했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릴란드 사례는 한국 중견 엔지니어링 기업이 해외 도로사업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기존 경험이 이번 평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현재 현장에서 어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는 추가 취재로 확인할 부분이다.

한국의 해외 인프라 진출을 시공 수주만으로 보면 이런 기업들의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업을 준비하는 설계와 타당성조사, 공사를 관리하는 감리와 사업관리에도 별도의 시장이 있다.

홍익기술단의 소말릴란드 계약은 그 시장에서 확보한 성과다. 아프리카의 도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한국 중견기업의 기술과 판단이 참여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홍익기술단은 에티오피아에 이어 소말릴란드까지 아프리카 도로 감리 실적을 쌓고 있다"며 "국제금융기구 사업은 수행 실적이 다음 입찰의 자격이 되는 만큼 앞으로 동아프리카 인근 국가의 도로사업으로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