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등 대규모 감원으로 AI 투자 재원 확보…한국, 파업·교섭 부담 확대
노란봉투법 시행에 고용 유연성 논란…기업들 “노동시장 개혁 필요” 호소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빅테크 등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으로 비용 구조를 바꾸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파업과 잇단 노동 입법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고용 조정이 쉬운 미국과 그렇지 않은 한국의 차이가 올해 들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빅테크 등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으로 비용 구조를 바꾸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경직된 노동법과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빅테크, 잇단 인원 감축…실적이 좋아도 줄인다

1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스토어 부문을 중심으로 1000명 미만을 감원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1만4000명, 올해 1월 1만6000명 등 사무직 일자리 3만 개를 줄인 뒤에도 소규모 감축을 이어가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수많은 성과를 냈지만, 결과적으로 인력을 너무 많이 늘리게 됐다"며 지속적인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시점이다. 아마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 실적이 좋을 때 인력을 줄여 인공지능(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도 전체 인력의 5%인 800명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LA타임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202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상반기 시청 시간 증가율이 2%에 그치자 인력과 게임 사업을 곧바로 손보는 것이다.

◆감원 어려운 한국, 노란봉투법·파업 부담까지

반면 강력한 노동법(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으로 인해 노동 유연성이 낮은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인원감축이 쉽지 않다. 게다가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은 기업의 교섭 부담을 넓혔다. 노란봉투법은 직접 계약 관계가 없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 쟁의 대상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추가됐다. 미국 기업이 경영 판단만으로 실행하는 구조조정이 한국에서는 파업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용 조정이 어렵고 교섭 부담까지 커지는 환경은 채용에도 영향을 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9월 기업 5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97.4%가 노동 제도 변화가 채용 계획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파업은 늘어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9월까지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48만9190일에 달했다. 지난해 39만4000일을 9만5000여 일 넘었다. 연말까지 합산하면 2017년 86만2000일 이후 최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조합원 1인당 60시간의 파업을 겪었다. 10년 만의 8시간 전면 파업도 있었다. 업계는 생산 차질을 5만5200대, 매출 차질을 최소 2조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은 하루 직전에야 정부 중재로 가까스로 타결했다.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한 교섭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임단협 갈등으로 2차 총파업을 선언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6일 2대 주주인 삼성전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삼성전자가 인사·보상제도에 관여해 온 만큼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경영계 "경직된 노동 유연성 해결하지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국내 기업들은 경직된 노동 유연성을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종합 21위였지만 노동시장 부문은 45위에 머물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지난 5월 발표한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 '쉬었음' 인구는 71만7000명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노동시장 활력을 보여주는 노동이동률도 9.8%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총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과 노동이동성 둔화는 경제의 성장 동력을 제약할 수 있는 위험 신호"라며 고용 규제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 사회안전망 확충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석근 대한상의 중소기업위원장은 지난 9월 중소기업위원회 제101차 회의에서 "중소기업이 각자의 업종과 기업 여건에 맞게 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현장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고용·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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