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부담 낮춘 지분적립형, 고양창릉서 284가구 첫 공급…20년간 지분 분할 취득
공사비는 먼저 지급하고 분양대금은 장기 회수…부채 370조 LH 재무 부담 가중 우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전체 분양가의 4분의 1만 내고 들어가 나머지 지분은 20년 동안 나눠 사는 '지분적립형' 공공분양이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공급된다. 목돈 없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출 새로운 모델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LH가 사업비를 수십 년간 떠안는 구조라 LH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 전경./사진=LH

지난 4일 국토교통부는 ‘8·13 도심 공급 신속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부담가능한 공공분양주택'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주도 지분적립형의 첫 공급지는 고양창릉 S-2블록이다. 전체 1057가구 가운데 284가구를 오는 12월 지분적립형으로 분양한다.

수분양자는 입주 때까지 분양가의 25%만 부담한다. 계약할 때 10%, 입주할 때 15%를 내는 식이다. 이후 4년에 한 번씩 15%씩,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남은 지분을 사들인다. 형편이 어려우면 회차마다 최대 1년까지 취득을 늦출 수 있다. 아직 사지 않은 지분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내야 하며, 최초 임대료는 인근 전세 시세의 90%를 기준으로 정한다.

국토부는 수도권 공공분양 평균 분양가(전용 55㎡ 기준 5억1000만 원)를 예로 들었다. 이 경우 처음 지분을 사는 데 약 1억2800만 원이 든다. 정부가 검토 중인 담보인정비율(LTV) 40% 수준의 대출을 받으면 초기 자금은 7700만 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시장에서는 지분적립형이 사실상 대출규제를 풀어주는 효과를 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25% 지분만 사서 입주하는 것은 LTV 75%로 대출을 받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공공분양이어서 투자 수요가 들어오기 어려운 만큼, 혜택은 주로 무주택 서민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원이다. 공사비부터 그렇다. 공공분양 공사비는 공사 진척에 맞춰 시공사에 나눠 주는 기성불 방식으로 지급된다. 일반 공공분양은 수분양자가 공사 기간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내고 입주 때 잔금을 치르기 때문에 그 돈으로 공사비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입주 시점이면 분양대금 대부분이 회수된다.

반면 지분적립형은 공사 기간에 들어오는 돈은 계약금 10%뿐이고, 중도금이 없다. 입주 때 잔금 15%를 더 받아도 회수한 돈은 분양가의 4분의 1에 그친다. 나머지 75%는 입주 뒤 20년에 걸쳐 나눠 들어온다.

공사비는 일반 분양과 똑같이 기성불로 나간다. 들어올 돈은 20년 뒤까지 이어지는데, 나갈 돈은 공사 기간 안에 모두 집행되는 것이다. 

부족한 사업비는 결국 차입 등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LH는 "공사비 지급 방식은 일반 공공분양과 동일하다"며 "공사채 발행 등 기존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분적립형 사업이 확대될수록 LH는 일반 공공분양보다 분양대금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사업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기간도 늘어난다. 이미 대규모 부채와 임대주택 운영 손실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차입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LH의 재무 여건은 녹록지 않다. LH가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 부채는 지난해 173조6567억 원에서 2030년 372조8000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6413억 원, 당기순손실은 918억 원이었다. 임대주택 운영 손실도 2022년 1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7000억 원으로 커졌다. 정부가 LH를 개발 기능과 임대 운영 기능으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기존 부채를 어떻게 나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러한 재원 부담은 LH만의 문제가 아니다. GH는 LH보다 먼저 지분적립형 분양을 추진했지만, 사업 시행을 앞두고 경기도 의회에서는 재원 마련과 장기 운영 방안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GH는 3기 신도시 사업 참여로 차입이 늘면서, 행정안전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025년 지방공기업 결산에서 부채감축대상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지분적립형도 시범사업으로 보고 결과에 따라 보완이나 확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는 지분적립형을 포함한 부담가능한 공공분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연내 발표할 LH의 2027년도 분양계획에도 관련 단지를 포함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 확대에 따른 자금 조달 방안은 여전히 기존 공사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 2030년 부채가 37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LH에 새로운 정책 사업 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별도 재정 지원 없이 주거 사다리 정책의 비용을 또다시 LH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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