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체계, 북한 간부도 예외없다
수정 2016-02-19 10:50:41
입력 2016-02-19 10:38:28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권력 따라 지정 공급소...장마당에선 500배 비싼 돼지고기 판매
개성공단 전면중단 이후 자금의 핵개발 유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의 임금 지급체계가 주목받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북측 근로자 임금을 달러로 북한 총국에 지급하면 총국이 임금의 약 30%를 사회문화시책금 명목으로 떼어낸다. 하지만 근로자 몫인 70% 중에서도 80%를 추후 생활물품으로 바꿀 수 있는 ‘물표’로 지급하고, 20%만 북한 공식환율로 환산된 북한 원화로 지급해온 것이다.
이는 북측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서 ‘기업은 노동보수를 화폐로 종업원에게 직접 주어야 한다’라고 명시된 것을 위반한 것은 물론 사실상 북측 근로자들은 우리 기업이 지급한 달러를 한번도 만져본 적이 없었던 사실을 드러낸다.
개성공단 근로자 한 사람이 받는 급여가 80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북한 경공업성 관료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가 국회에서 “실제 북한 돈 6000원만 근로자에게 지급된다”고 증언한 일도 있다.
북한 근로자들이 총국으로부터 지급받은 원화 외 물표는 개성시내 10여개 개성공업지구 지정 물품공급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 공급소에서는 다른 공급소에 비해 낮은 국정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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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체계는 사실 특별하지 않다. 북한의 고위간부부터 일반 노동자까지 모두 일정 금액으로 정산된 북한 원화와 함께 당국이 공급하는 물품을 탈 수 있는 ‘물자 수첩’으로 월급을 받고 있다.
그동안 ‘물표’로 알려진 물자 수첩은 대개 일년치 단위로 타내는 물품을 체크하게 돼 있어 수첩 형식이라고 한다. 다만 직급에 따라 지정된 물품 교환 공급소가 다를 뿐이다.
북한에서 가장 저렴한 물품공급소를 이용하는 계층은 단연 노동당 중앙위원회 즉, 중앙당 간부들이다. 이들은 다른 직급에 비해 월급도 많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물품이 다양한 공급소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고 있다.
가령 돼지고기 1㎏을 중앙당 공급소에서는 7원으로 구입할 수가 있다. 하지만 ‘장마당’으로 불리는 시장에서는 3000~5000원을 호가한다. 같은 물건을 간부가 구입할 때와 일반인이 구입할 때 무려 500배 차이가 난다.
중앙당 간부의 월급은 2700원인데 반해 보안성 간부의 월급은 5800원이지만 중앙당 간부가 공급소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당국으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입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위층은 굳이 시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좋은 물건을 싼 가격으로 공급받고 있다. 이에 반해 일반인들은 필요한 물건은 시장을 통해 비싼돈을 들여서 구입해야 한다. 이런 북한의 임금체계 실정에 큰 모순이 있지만 이것이 노동당원이 되어야 하고, 고위간부로 올라가야 하는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바로 북한 주민이라면 당국에 충성해야 하는 이유이다.
즉 북한에서는 북한원화로 받는 월급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국으로부터 받는 특혜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권력 서열이 매겨지는 셈이다.
이런 북한 실정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이 지급한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전용 논란보다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북한을 우리 식으로 바라보고 남한 내에서 논란을 키우는 것은 더 이상 불필요해보인다. 그보다 북한 지도부가 임금체계 하나에서도 당국에 충성을 유도해왔고, 이에 순종해 온갖 특권을 노리는 고위층과 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일반주민들 간의 괴리를 간파하는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