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정상회의’ 추진 전망 속 미 ‘죽음의 백조’ 인도 첫 착륙
일본엔 ‘인도·태평양 주춧돌’…한국엔 ‘동북아 핵심축’ 표현 차
미 한반도 정책과 맞물려 한국정부 ‘선택의 시간’ 맞을 가능성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될 조짐인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시킨 4자 안보대화인 쿼드(Quad·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정상회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기존 쿼드 외교장관회담을 정상회담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으로 우선 온라인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가 최근 보도했다.

쿼드 정상회의 의제는 중국의 해양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협력이 될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쿼드 정상회의가 성사되면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중대한 경쟁상대로 인식하는 중국의 해양 진출에 관한 대응이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과 호주는 쿼드 정상회의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도의 경우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국 이후 비동맹 중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인도가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 대 공산주의 중국’이란 가치전쟁에 참여할지 여부가 쿼드 정상회의 성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3일 ‘에어쇼 참가’란 명분으로 75년만에 인도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를 띄운 바 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대중국 메시지로 읽혔고, 또 미국은 중동에 270일간 전개했던 니미츠 항공모함을 이례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했다. 

이에 중국은 인도의 ‘러시아산 무기 체계’ 보유 등 동맹에 미온적인 태세를 부각시켰다. 7일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양시유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뉴델리는 미국과 같은 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뉴델리가 워싱턴과 가까워지고 있지만 인도의 근간은 여전히 비동맹주의”라는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인도는 물론 호주도 지금까지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쿼드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나 앞으로 바이든 정부가 중국 견제를 본격화할 경우 입장을 정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월 29일 “쿼드가 인도·태평양 정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조 바이든 미 대통령 페이스북

미국의 대중국 강경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6일 진행된 미중 외교 수장의 첫 통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통화에서 “미국은 신장,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며 “버마(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중국도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또 “대만 해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도 이날 중국중앙(CC)TV 등을 통해 이들의 통화 사실을 알리면서 양 정치국원의 강경 발언만 부각시켰다. 그는 “현재 중미 관계는 고비”라며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 문제는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으로 중국의 주권과 영토가 걸려 있다”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3대 연합 공보(대만 무기 판매 감축 등 골자)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양제츠 정치국원은 “홍콩과 신장, 시짱(티베트) 이슈는 중국의 내정으로 외부 세력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주권과 안전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CBS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직접 중국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민주주의적인 구석이 하나도 없다”며 “중국과 극독의 경쟁이 있을 것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방식으론 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적 규칙이라는 수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사실상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탄생한 쿼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인 2017년 부활했다. 2019년 9월 미국 뉴욕과 작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두 차례 쿼드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다.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이 정책을 계승하려는 이유는 쿼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다자안보동맹으로 꾸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나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진영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이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쿼드를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3개국을 더해 ‘쿼드 플러스’(Quad plus)로 만들려는 구상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쿼드 정상회의가 개최될 경우 한국정부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의 시간’을 맞을 수 있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통화가 있은 뒤 백악관 발표에서 ‘인도·태평양’ 표현이 빠지고 ‘동북아시아’라고만 표기된 것 등 미국의 압박이 곧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